FEEL/읽기

친절한 복희씨 (2007) / 박완서 저

felixwoo 2009. 1. 27. 18:04

그 분 말대로 '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 짓이라도 안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이 대부분이다. 나를 위로해준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책 표지 뒤에 있는 그 분 사진이 있다. 그냥 세상을 무던하게 바라 볼 것 수더분한 얼굴이다. 유명한 사람 얼굴이 평범한 사람들과는 뭔가 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너무 영화를 많이 본 탓이리라.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은 친구 여동생 얼굴이었다. 대학 시절 그녀를 뜬금없이 로맨틱 대상으로 가끔 상상하곤 했다. 하나 본 것이 실제 것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 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안다.

 

주인공들은 만년의 노인이고 젊어 봐야 중년이다. 한 모티브를 내 나이의 언어와 풍경으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그랬다. 그 때는 그랬다. 지금 주인공들이 느끼는 기분이 바로 내 기분이다. 나만이 알고 있고 느낄 것 같은 은밀한 이야기를 그 분은 주인공을 통해 '너는 하수야. 너는 멀었어.' 하고 외친다.

 

그분은 천상 이야기꾼이다. 시장판 상인에서 고상한 교수까지 온갖 직업군상들의 머리 속을 왔다 갔다 한다. 그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그들이 언어로 형상화 하지 못한 묘사까지도 그녀는 놓치지 않는다. 거기에다 연륜에서 나오는 현명함과 지혜까지 있다. 더군다나 그분 소설에 악한은 없다. 설령 나쁜 짓을 하더라도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그분의 이야기는 재미있고 정답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