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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 2004)

felixwoo 2009. 1. 27. 18:06

니콜키드만, 주드 로, 르네 젤위거, 나탈리 포트만 / 2004년작

 

미국 독립전쟁 시대다.  

남부 한적한 한 지방마을의 새로 세운 교회에 목사 집안이 이주해 온다. 목사는 홀아비였고 외동딸 아이다 (니콜 키드만)는 그 동네에선 보기 드문 예쁜 도시 처녀다우연히 만나게 된 목수 인만 (주드 로) 서로 감정이 동한다

 

"전 당신을 잘 몰라요."

"말이 오가야만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서로에 대한 느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요? 밤새 누군가를 그리느라 아침에 일어나서 가슴이 다 저리면 그 기분을 말로 뭐라고 표현해야 하죠?"

 

미국은 노예해방 문제로 남북 지역간 이해가 충돌하게 된다. 인만은 애절한 감정을 뒤로 한 채 분위기에 휩싸여 전쟁 속으로 자진하여 들어간다인만은 전투 중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있던 도중에 탈영을 감행한다.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탈영을 감행해야만 했다. 그가 돌아가려는 고향인 콜드 마운틴에 그가 사랑하는 연인인 아이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사조차 알 길이 없는 인만이 부디 살아있기를, 그리하여 그가 반드시 자신의 품에 돌아올 수 있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다도 또한 무수한 위협과 유혹 앞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어있다. 삶의 기둥이었던 아버지는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소비 생활에는 익숙하지만 생산 생활은 해 본 적이 없는 그녀에겐 농촌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전쟁 와중이라 누구도 도와 줄 여력들이 없다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다 앞에 생명을 부지해줄 떠돌이 산골 처녀인 루비 (르네 젤위거)가 나타난다.

 

전쟁 속에선 도덕, 인륜, 이상, 예술 들이 무너지고 황폐해져 간다. 외전은 적이 뚜렸하지만 내전은 적이 뚜렸하지 않아 인간을 더욱 황폐하게 하고 전쟁의 휴유증도 크다는 캄보디아 가이드 말이 떠오른다그는 크메르 루즈의 내전을 들었다. 전쟁은 인류가 종을 섞게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길드려진 인간이 질서 있게 살면 평화다. 평화시대엔 억압된 모순이 자가증식을 통해 내부 에너지가 응축되며 모이게 된다어느날 이 에너지가 폭발을 하면 그것을 전쟁이라 일컫게 된다전쟁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인간은 원던 원치않던 전쟁을 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모래시계내의 모래는 처음에는 안정된 상태를 이루며 쌓여가다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린다. 그리곤 붕괴가 중단되고 다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모래가 쌓여간다. 이러한 자연의 단순한 이치가 인간사에도 적용된다 한다.

  

인만은 눈을 피해 고향으로 도망친다. 탈주 도중 억수 같이 비가 쏟아지는 밤 배 고픔과 추위에 떨며 한 시골집을 두드린다. 남편이 전사한 젊은 새댁 (나탈리 포트만)이 혼자 아픈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경계심에 몸을 움추렸으나 곧은 심성의 그에게 편안함을 느낀다그간 자신을 무겁게 억눌렀던 공포와 외로움에서 벗어나 그의 품에서 오랫만에 곤히 잠든다나는 그녀로부터 전쟁의 잔임함, 공포, 허무함, 공허함의 무게를 진하게 느낀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의 매력을 물씬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