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양수리 두물머리

felixwoo 2010. 2. 27. 20:33

 

아들이 시험 보는 날이다. 시험장인 서울 자양동 광양고에 내려주고 기다리다 점심을 같이 먹었다. 종료시간이 오후 440분이니 시간을 보낼 겸 드라이브 했다.

 

직선도로가 개설된 탓에 강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가는 팔당대교의 구 길은 한가롭다. 우리처럼 드라이브를 즐기는 차들이 천천히 달린다. 양수리 두물머리에 갔다7년 만에 다시 온다. 봄 기운이 완연한 날씨인지 제법 사람들이 많다. 새로 생긴 공영주차장 뒤로 보행로가 길게 조성되어있다. 도심에선 밟기 힘든 흙길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줄기 한강으로 합쳐진다 하여 두물머리라 한다. 드넓은 세 줄기 강이 합쳐지니 시야가 훤하다. 바다를 꿈꾸는 처에겐 그래도 모자란가 보다. 수령이 수 백년된 느티나무 고목이 서 있다. 올려다 보는 실루엣이 더할 나이 없이 멋지다. '스스로 그러하다' 라는 자연의 미다. 곳곳에 벤치와 앉을 만한 돌들이 있다. 여기저기 젊은 연인들이 앉아 속삭이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왕래가 잦은 길에 앉아 있기 뭐하다. 커피 한잔 마실 겸 운치 있는 카페를 찾으니 없다. 근처 그림이 있는 찻집을 둘러보았으나 분위기가 별로 내키지 않는다.

 

걸어 나오면서 석창원에 들렀다. 겉모습은 거대한 비닐 하우스로 별 볼일 없는 화원처럼 보인다. 입구에는 '조상들의 자연사랑 지혜를 배우는 자연사랑 석창원' 이라 써있다. 낯 설은 테마다. 동선을 따라 풀과 작은 화초들이 오밀조밀 정성스레 심어져 있었다. 곳곳 커다란 옹기 화분에 매화류가 가지를 땅을 늘어뜨리고 꽃을 피고 있다. 멋진 수형의 남천, 동백도 있다. 조상들이 만든 이동하는 정자, 온실 등이 실물로 배치되어져 있다. 석창원의 백미는 겸재의 금강산도를 축소해놓은 미니어처다.  기암을 연상시키는 돌, , 이끼, 작은 나무, 물들이 화려한 금강산의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웹사이트를 보니 화원을 둘러싼 물길을 따라 심어져 있는 창포가 주종인 화원이라서 석창원이라 명했다 한다. 지금은 때가 아닌지라 와닿지는 않으나 나름대로 정체성을 가진 화원이다. 석창원 주위로 세미원이란 물과 꽃의 정원이란다. 연과 수련이 주종인 못들이 여기저기 있으나 겨울의 끝자락이라 말라버린 식물들의 황폐한 잔해만이 있다. 흙탕물 속에서 깨끗하고 기품있게 피어나는 연과 수련의 꽃을 떠올려 본다.  

 

다시 시험장으로 돌아오니 시간이 남았다.  한강시민공원에 걸어서 갔다. 강 건너로 잠실이 보인다.  휴대폰으로 셀카 한장...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