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행위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1999)

felixwoo 2010. 11. 8. 16:45


아카데미상을 석권했다 하여 십년전 개봉 시 처와 함께 본 적이 있다서로 겉돌며 미워하고 붕괴해가는 미국 중산층 가족들의 실상을 그린 영화였다. 보고나니 감동 보다는 찝찝한 영화였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과거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아들녀석에게 대입 논술용으로 책을 사준 적이 있다. '영화를 알면 논술이 보인다는 책인데 어제 우연히 아메리칸 뷰티의 내용을 읽었다. 가슴이 뭉클하였다. 왜 그럴까? 10년의 세월은 나를 변하게 했고 이제야 공감대를 준 것이다. 그를, 그의 가족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별종이 아니라 이웃이자 내가 되었다.

 

난 이해하는데 10년이 걸렸다. 밝고 따뜻함을 아름다움이라 생각했다. 하나 현실은 밝지만도 따스하지만도 않다부자연스럽고 불편하고 더럽고 유치하고 비루하다. 그것이 인간사회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 자연은 삭막한 황무지에서도 씨앗을 움튼다. 씨앗은 희망이고 여명이다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사막이 아름다운지 어린왕자는 알고 있었다. 나는 몰랐다. 이제는 어렴풋이 느낀다. 너무 많은 생각 없이 그냥 사는 게 자연스러움이다.

  

(케빈 스페이시의 내레이션)

 

죽음에 직면하면 살아 왔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일순간에 끝나는 장면들이 아니다.

영원의 시간처럼 오랫동안 눈앞에 머문다.

 

내겐 이런 것들이 스쳐갔다.

보이스카웃 때 잔디에 누워 바라보았던 별똥별

집 앞 도로에 늘어선 노란 빛깔의 단풍잎

메마른 종이 같던 할머니의 손과 살결

사촌 토니의 신형 화이어버드를 처음 구경한 순간

그리고 제인 나의 공주!
그리고 캐롤린

 

살다보면 화나는 일도 많지만 분노를 품어선 안된다.

세상엔 아름다움이 넘치니까
갑작스럽고 멋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터질 듯이 부푼 풍선처럼.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

희열이 몸 안에 빗물처럼 흘러 오직 감사의 마음만이 생긴다
소박하게 살아 온 내 인생의 모든 순간들에 대하여..

여러분, 무슨 뜻인지 어렵나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호기를 부리며 직장을 때려치고 자유로와진 나

 성공을 위해 억척스럽게 변한 처 캐롤린

 사랑했던 남편을 무능하게 생각하는 처 

 커가면서 멀어진 딸 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