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라바트, 카사블랑카 그리고 페스
지부랄타 근처 스페인 타리파 항에서 페리를 탔다. 타리파 언덕에서도 모로코가 보일 정도로 가깝다. 항해시간 40여 분만에 모로코의 탕헤르 항에 도착한후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로 간다.
탕헤르 항구
모로코는 스페인의 국민소득의 1/10 정도다. 고속도로 주변 풍경은 스페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구릉지 지형은 같으나 스페인은 몇개로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모로코는 작게 세분되어 있고 조각별로 색깔도 다르다. 스페인은 농민을 구경할 수 없었는데 이곳은 농민들이 자주 보인다. 아마 대규모 농업과 소규모 농업의 차이로 짐작된다. 마을 풍경은 예전 리비아에서 봤던 풍경과 비슷하다. 모로코나 리비아는 북아프리카 지중해를 끼고 있는 회교국가로 지정학적으로 문화측면에서 유사하기 때문인가 보다.
라바트 왕릉. 라바트는 모로코 수도다. 광장에는 300여개의 미완성 모스크 기둥과 하산탑이 있다. 모하메드 5세의 능은 1층과 지하로 되어있으나 가운데 공간은 서로 터져있다. 지하에 석관과 그 옆에 24시간 코란을 읽는 이가 있다. 1층 난간에서 관광할 수 있다.
라바트 하산탑
광장 돌기둥
모하메드5세 능 천정
능 내부
아내가 현지 한 아이에게 사진을 찍자 하니 흔쾌히 응한다. 찍고 나니 다른 아이가 같이 찍자고 한다. 결국 4차례 아이들과 찍었다. 가질 수 없는 사진을 찍으려 하는 아이들이 찡하다. 사진을 전달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모니터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었다. 내 블로그에 올리면 혹시 볼 수도 있으려나. . .
카사블랑카 하산모스크. 카사블랑카는 영화로 잘 알려진 도시다. 정작 한 커트도 이곳에서 촬영되지 않았다니 아이러니다. 하산모스크에는 거의 저녁 9시에 도착하였다. 스페인은 저녁 10시까지 환했고 이곳은 이제 해가 막 졌다. 할로겐 빛 조명이 해안에 위치한 하산 모스크를 황금나라에 온 듯 환상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하산모스크는 모하메드5세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있는 모스크 다음 규모란다. 안을 보니 엄청나게 넓다. 마침 기도시간이라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비신도의 출입을 제지한다. 시원하게 트인 넓은 광장이 어둠에 빛을 발하고 있었다.
광장 및 하산모스크와 미나렛
페스 왕궁. 페스 왕궁은 전국적으로 7-8개 있단다. 거대한 규모의 시설과 부지를 왕실에서 가끔 쓰기 위해 유지관리한단다. 왕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비가 상엄하다. 굳게 잠겨진 화려한 정문 앞에서 기념촬영 했다.
페스 왕궁 정문
페스 메디나. 페스의 백미는 메디나다. 8세기 고대도시이자 세계 최대의 미로라고 알려져 있다. 한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점심을 먹을 식당이다. 외모와는 다르게 하늘이 보이는 정원도 있고 홀은 넓고 천장은 높았다. 사방 벽과 천장을 이슬람식 문양의 타일로 치장해 놓았다. 편안한 소파, 의자들 사이에 원형 식탁들이 있다. 꾸스꾸스는 이곳 음식 유명하다. 애피타이저로 몇가지 야채요리를 먹으니 닭을 향신료와 버무린 후 쌀과 함께 찐 메인요리가 나왔다. 현지인은 음식을 손으로 먹는다. 아내도 손으로 먹어보더니 이상하지 않다고 한다 그냥 다를뿐이란다.
마을의 좁은 골목을 인파와 부딪치며 여기저기 누빈다. 금속세공점에서 세공작업을 보고 의류점에선 전통 직조 작업도 본다. 아무래도 볼거리가 많은 상점 거리를 중심으로 다니는듯 하다. 한 곳을 가니 현지인이 민트 나무 가지를 수북이 들고 우리에게 민트 가지를 조금씩 나눠준다. 계단을 올라가니 태너리 조망할 수 있는 가죽제품 상점이다. 벌집 모양의 테너리는 페스의 아이콘이다. 가죽을 만들기 위해 섞는 비둘기 똥과 같은 잡다한 재료 등으로 악취가 진동한다. 영문을 모르고 받아 들고 왔던 민트 가지를 버렸다. 인도에서 릭사를 탈 때 길에 먼지가 많으니 먼지 방지 마스크를 준비하라 했다. 막상 보니 우리 일행만 마스크를 쓰며 유난을 떨고 있었다. 이곳 현지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데 유별난 관광객이 또 다시 되고 싶지않았다.
페스 미로 메디나
메디나 좁은 골목
메디나 가죽제품 가게
메디나 가죽염색장 테너리
페스에서 탕헤르까지는 먼길이다. 내륙 국도 주변 풍경은 전날 인구 밀집지역인 해안을 따라 있던 고속도로 변과는 달리 스페인처럼 민가가 보이지 않는 평탄한 구릉지다. 국도를 타고 오며 두번 쉰다. 한 휴게소에서 이르자 가이드가 공언했던 양고기 구이와 체리 3kg를 제공했다. 양고기는 야외 숯불에서 굽는다. 생 양고기 조각에 파리가 날고 드문 드문 과하게 태우기도 했지만 재료가 신선한 탓인지 맛있었다. 후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체리 한상자를 이십여 명이 배부르게 나눠 먹었다. 나머지는 저녁 후 분배하기로 했다.
탕헤르. 모로코는 무어인들이라 알려져 있다. 무어인은 8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하고 6세기 가량을 지배했던 종족이다. 스페인에 있는 알함브라, 메스키다는 무어인들이 이룬 문명의 절정이고 곳곳에 많은 흔적들이 있다. 당시 최고의 문명을 지녔을 이들이 기독교인들에 패퇴하고 아프리카 북부에 정착했다. 현재의 모로코, 말리, 알제리 등 이다.
지금 모로코 청년들에겐 유럽 드림이 있다. 유럽에서 몇 년 벌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떻게든 유럽으로 밀항을 하려 위험스런 모험을 한다. 우리가 페리를 통해 타고 온 버스는 스페인 버스다. 내일이면 다시 페리로 스페인으로 간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청년들이 야간에 버스 밑 차체에 붙는다. 많으면 7-8명이 붙는다 한다.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붙는지는 모르겠다. 버스가 항구까지 한 일 킬로 정도를 생생 달린다. 스페인항구까지는 적어도 6시간 이상을 붙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야간에 붙지 못한 청년들은 신호 정차 시에 달려든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호텔에 정차된 버스를 보니 청년들이 버스 밑을 들락날락 한다. 과거의 영화와는 너무 다른 무어인 후예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항구에서 본 탕헤르
호텔에서 따끈한 현지빵을 구워주던 현지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