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 전동성당 + 자만벽화마을
이성계가 왜적을 토벌하고 오목대에서 자축연을 열었다. 후대에 기념비를 세웠다. 이곳에 오르면 한옥마을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겨울이라 풍경이 드라이 하다. 거기에 고즈넉한 한옥마을과는 동 떨어진 건물들이 먼저 눈에 띈다. 인사동이나 북촌도 마찬가지지만 거슬린다. 이게 최선인가?
오목대
한옥마을 전경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정전, 국가 중요서적을 보관하는 전주사고, 왕실의 시조사당인 조경묘가 있는 곳이다. 정전 옆으로는 부속건물과 시설들이 있다. 이곳은 유난히 한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많았다. 가끔 커플로 온 남자도 한복을 입었다. 색상들이 하나같이 화려하고 장식요소가 강하다. 치마는 땅에 끌리지 않도록 짤똥했고 치마선이 원뿔형이 유지되도록 틀을 대었다. 한눈에 봐도 대여복들이다. 그래도 아가씨들이 떠들고 웃는 모습들이 귀엽고 매력적이다. 사진 포즈들이 유쾌했다. 고궁 분위기에 맞는 조연들이다. 한복체험은 이곳의 독특한 매력이고 거리에 활력을 준다.
경기전
조선 태조 어진
전주사고
전동성당은 아름답다. 로마네스크에 비잔틴 양식이 가미됐단다. 첨탑 돔이 둥그럽고 포근하다. 적벽돌과 흑벽돌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건물 뒷태도 둥그럽고 창문도 아치 또는 원형이라 부드럽다. 성당 내부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다. 유럽의 성당들은 개방되어져 비신자도 들어가 이런 저런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신은 가깝고 살아있단 느낌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전동성당
풍남문은 전주부성 4대문 중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문이다. 장수가 양쪽에 부관들을 거닐듯 대문 옆으로 대칭으로 누각이 있다. 앞보다는 사각에서 보니 풍채가 돋보인다. 길 건너 광장엔 인상적인 조각상이 있다. 아내가 재미있게 어울린다. 여기저기 피켓을 든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처음엔 음식점 홍보인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귀에 말한다. ‘~~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갑니다.’ 이런 전도는 별로다.
풍남문
한옥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태조로다. 추운 평일임에도 인파로 북적인다. 태조로 주변은 온통 먹거리 상가다. 토속 기념품 가게로 넘치는 인사동과 공방과 주거시설이 섞인 북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그자그로 펼쳐진 좁은 골목길 사이로 한옥 체험 숙박 주택들이 많다. 거주하는 생활 주택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전주하면 비빔밥, 콩나물밥이다. 추운 겨울에 딱 맞는 콩나물밥집은 보이지 않고 비빔밥 집만 보인다. 비빔밥은 다른 곳에서 먹는 맛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보편화되서 그럴 것이다. 간식으로 먹은 단팥죽은 적당이 으깨진 통단팥이 아니라 곱게 간 중국제 같다. 먹거리 값들이 착하지 않다.
한옥마을
나중에 알았지만 자만벽화마을은 이목대에서 구름다리로 갈 수 있다. 허름한 달동네에 색을 입혔다. 예전엔 서울에도 달동네가 많았다. 달동네의 특징은 값싼 회색 시멘트 블록을 주재료로 집을 집고 담을 쌓았다. 시멘트블록은 풍화되어 굵은 모래가 거칠게 나타나 있다. 센 비탈 구릉지여서 길이 가파르고 계단이 많다. 골목은 구불구불하고 아랫집 지붕과 집안이 보인다. 철재 대문은 녹슬고 골목 구석에는 쓰레기가 널 부려져 있다. 아무것도 볼 것 없는 풍경에 벽화가 활력을 주었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주민들은 삶이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궁색함을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통속적인 소재의 그림과 현란한 색상들이 어두운 달동네와 대조적인 조화를 이룬다. 카메라는 그 화려함만 취한다.
자만벽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