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서산) 겨울 용유지

felixwoo 2017. 1. 24. 18:23

겨울 용유지엔 인적이 드물다. 먼저 온 이들이 발자국을 남기고 다져놔 길이 났다. 있던 장년 부부마저 가고 우리만 남았다. 대지는 눈으로 덮혔지만 나무 위는 녹았다. 저수지 물이 얼어 설경 반영을 기대했던 아내가 아쉬워 한다.

 

저수지 오른쪽 길은 숲 언덕 어깨선에 좁게 나있다. 적막하던 정적을 깨고 무리가 꾸억 꾸억하는 소리가 영화관의 입체 음향처럼 온 몸을 감싼다. 나무 숲사이로 난 하늘에 철새들이 새까맣게 날아오른다. 수 백마리가 한참을 나는 장관이다숲 어디에선가 괴상하게 울부짖는 동물소리가 나고  물가에서 푸드득하며 커다란 뭔가가 날더니 앞에서 경사지게 비껴간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몸이 움추려든다.

 

저수지를 벗어나니 흰색 눈 구릉지가 펼쳐진다. 목장이다. 봄에는 완만한 초록이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겨울에는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소똥도 파리도 없다. 가지가 처질만큼 만개된 꽃을 피우던 거대한 벚나무 고목도 앙상한 가지로 동면 중이다. 폭설 직후 펼쳐지는 완벽한 설국에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