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단상

새 / 박남수

felixwoo 2017. 5. 9. 13:22

 

oil on paper 102 x 112mm (1975)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어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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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선이다.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났다.

아마 이런 귀절에 공감한 탓이다.

 

저마다 순수를 가지고 찍지만

매양 보는 것은 실망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