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단상
새 / 박남수
felixwoo
2017. 5. 9. 13:22
새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어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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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선이다.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났다.
아마 이런 귀절에 공감한 탓이다.
“저마다 순수를 가지고 찍지만
매양 보는 것은 실망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