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란타우 섬
란타우 섬의 절반 정도가 국립공원으로 울창한 산림이 둘러싸고 있다. 포린 사원을 가려면 '옹핑360' 이란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쉽게 갈 수 있으나 지금은 점검 중이라 운행을 안한단다. 대안으로 직행버스를 타면 30분 만에 갈 수 있다.
포린 사원 입구 버스 터미날에는 옹핑빌리지라는 아담한 상가 집단촌이 있고 케이블카 터미날도 있다. 포린 사원 일주문에는 순한 개들이 하릴없이 누워 잠자고 있다. 해탈한 개들일까? 사람들의 발소리와 인기척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인도의 도시 개들도 그러했는데… 오늘따라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 운치를 더 한다.
사원 입구에는 십이지신을 장군으로 표현한 석상이 길 양편으로 도열해 있다. 우측으로 청동좌불상으로 올라가는 끝없는 계단이 보인다. 안개에 가려진 탓인지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 같다. 중간 정도 올라가니 대불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연꽃 위 좌불상의 인상은 인자함 그 자체다. 후덕한 우리네 부처상과 닮았다. 불상을 둘러싼 안개가 포근한 솜처럼 부드러움을 더한다. 현존 최대의 불상이란다. 일본 동대사의 청동불도 못지않은데.. 하기야 크기는 세속적인 개념이다.
옹핑빌리지
포린사원
청동 좌불상
이곳 사찰은 일주문부터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두개의 목재기둥에 지붕을 올린 입체적 형태이나 이곳은 가운데 큰 문 양 옆으로 작은 문을 이어단 형태의 석재로 납작하게 만들어졌다.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지붕은 붉은색이고 기둥 단청대신 조각된 석재로 장식되어져 있다. 사찰 내부는 마루가 아닌 석판이 깔려 있고 신을 벗지 않는다. 우리네 예불은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지만 여기선 경사진 스툴에 무릎을 대고 조아린다. 사찰 입구에는 참배객들이 피운 향 연기로 가득하다. 향의 모양도 국수 다발처럼 한 묶음 형태서부터 사람 키보다 큰 기둥형태 까지 다양하다. 불교라도 나라마다 부처님 형태, 사찰의 모양, 예식 방법이 다른 게 재미있다. 식당에서 스님들의 채식 식단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반식이 일만육천원 정도인데 약간 비싼 듯 하다.
채식 식단 (general)
포린 사원에서 15분 정도 더 가면 지혜의 길 (wisdom path)이 있다. 초입에 개들에 쫒긴 소가 어슬렁거리며 따라 온다. 앞에 소무리가 있는 듯 한마리가 더 보인다. 겁을 먹고 발을 채촉했다. 조금 뒤 사라졌다. 울창한 숲길은 짙은 안개로 몽한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릉도원의 입구인 듯, 한 폭의 수채화인 듯, ‘별유천지비인간’ 인 듯. 얼마 못 가 반야심경의 경귀를 새긴 나무 기둥이 등산로를 따라 도열해있다. 반야심경을 외우는 아내는 경귀를 보며 의미를 되새긴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점점히 흐려져 사라져 가는 기둥들은 알듯 모를듯한 세상살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지혜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