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딥 블루 씨 (The Deep Blue Sea, 2011)
1950년대 영국 대법관의 아내. 이 정도면 이 여인의 삶에 대해 대략 짐작할 수 있다. 풍족하고 명예로운 가계. 금욕적이고 완고한 시어머니. 시어머니에 순종하는 남편. 자식이 없는 단조롭고 고요한 집안. 숨이 막힌다.
어느 날 전쟁이 종식되고 군을 제대한 떠벌이 조종사를 만난다. 남편과 친구지만 전혀 성격이 반대다. 주인공이 갈망했지만 느껴보지 못했던 그의 자유로움 과 가벼움에 푹 빠진다. 남편은 현재 생활을 사랑하기에 회유하지만 아내는 돌아서지 않는다. 결국 다신 안 보겠지만 이혼도 안 해주겠다고 선언한다.
설레임 속에 새 남자와 동거를 시작한다. 직업도 없이 살림은 구질하고 방세도 밀린다. 없던 자유를 쟁취했지만 가졌던 많은 것을 잃었다. 그래도 좋았고 후회 할 수도 없다. 급기야 남자는 주말에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여행을 가버리고, 그녀의 생일도 잊어 버린다. 생일날 자기 협오, 모멸감에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친다. 남편은 그녀에게 자신이 변하겠다며 돌아오기를 청한다. 그녀는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다. 단지 그런 생활이 싫었을 뿐이다.
벗어남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이 실패하지 않도록 위기 때마다 남자에게 사과하고 매달린다. 살면서 둘 사이에 살아 온 방식의 차이가 은연중 나타난다. 남자는 그녀에게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남자는 직업을 찾아 이별을 고하고 멀리 떠난다.
딥 블루 씨 (Deep blue sea). 물고기들에겐 무한한 자유의 상징이다. 수족관에서는 먹이도 주고 천적도 없으니 안전하다. 사람들은 이곳을 물고기들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이라 생각할 것이다. 과연 물고기들에게 그럴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에겐 그녀가 살았던 이전 생활이 동경의 대상이리라. 하지만 그녀에겐 그 생활은 억압된 삶이자 옥쇄였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도 많고, 설령 알아도 이해 안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해의 폭이 넓혀지면 아집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연극을 영화화 했다 한다. 대화가 많고 장면이 길며 전환이 늦는 것이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