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제천) 정방사

felixwoo 2017. 7. 4. 23:30

가뭄 끝에 반가운 장마가 시작됐다. 며칠 꾸준히 오던 비가 멈추고 개었다. 장마전선이 남하했단다.

 

능강교 주차장에서 정방사 주차장까지 2 KM . 좁은 외길 찻길이라 산행도 할 겸 도보로 가기로 했다. 초반 다리부터 엄청나게 불어난 계곡물이 천둥소리를 내며 내려온다. 물이 바위에 부딪치고 부딪친 물이 물과 충돌하며 물보라를 일으킨다이 많은 물을 끊임없이 내리는 자연의 힘을 새감 느낀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사로 잡혔던 경외감이다.

 

정방사 가는 길은 계곡 물줄기와 같이 간다. 급하게 내려가는 깨끗한 물이 거친 지형과 부딪쳐 소용돌이 치고 하얗게 부셔진다. 어떤 붓질로도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다. 카메라로 연신 담아보지만 그 역동적인 움직임과 분위기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우렁찬 물소리는 귀를 사로잡는다. 드물게 나타나는 차 소리를 놓쳐 깜짝 놀라곤 했다물이 월류하여 길이 막혔다. 우회하여 한 곳을 건넜으나 우회 할 곳이 없는 곳이 다시 나타났다. 발목까지 오는 깊이를 신발을 벗고 건넜다. 모두 세 군데에 이런 곳이 있다 


정방사 길 출발점






정방사는 사찰로서는 뜻이 깊거나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하지만 절에서 보는 전경은 일품이다. 산들의 운해가 펼쳐지고 그 사이로 한강이 흐른다. 강줄기가 불룩해지는 곳이 청풍호다. 작년에 올랐던 옥순봉은 찾을 수 없지만 옥순봉에서 볼 수 없는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법당 뒤편에는 절벽이 수직으로 서있고 움푹 들어간 공간에 샘물이 있다. 최근 역사한 듯 관음보살상과 석탑이 무심하게 서있지만 나름 정성이 들어간 흔적이 사찰 곳곳에 보인다


정방사 일주문(?)

금수산 정방사






삼라만상에 불성이 있다는 부처의 말씀에 조주선사는 개에겐 불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왜 일까? 이는 화두이다. 이 의문을 타파하면 깨달음을 얻는다 한다. 정방사 개는 이런 인간들이 우스운지 자면서도 웃는다. 새 화장실엔 에어컨이 있어 시원한데 양변기에서 보는 풍경은 새로운 아름다움이다. 화장실의 명소가 될 만 하다 


개는 불성이 없다.

화장실 창


하산 길에 등산로 데크 계단을 발견했다. 내려가 보니 길 폭도 좁고 돌투성이라 험하다. 등산로 로프 난간은 군데 군데 끊어져 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다. 결정적으로 계곡 물이 안 보인다. 포기하고 올라 왔던 찻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장마로 숲은 깨끗이 세정되었고 시원하고 힘차게 흐르는 불어난 물은 마음을 쑥 내려가게 한다. 차로 왔으면 그냥 스쳐 갔겠지신을 벗고 물을 건너는 것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