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스카이워크 + 강물길 + 이끼터널 + 구인사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단양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산 정산에 세워져 있다. 탐방 등산로가 있으나 셔틀버스를 티고 올라갔다. 거대한 꽃봉우리 같은 구조이다. 둘레 경사로를 따라 몇 번을 돌아 하늘 길이 나타났다. 세 개중 하나가 더 길어 유난히 북적인다. 내려다 보니 굽어 흘러가는 남한강 주변으로 단양시, 단양역이 발 아래로 보인다. 수평으로는 사방으로 소백산맥 줄기가 광활하게 겹겹히 펼쳐진다.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소란스럽다가 어느 순간 다시 한산하며 적적해진다. 악 하는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짚라인을 타는 사람들의 공포가 섞인 탄성이다.
만천하 스카이워크
느림보 강물길은 중국식 잔도를 본땄다. 남한강변 절벽에 보행로를 만들었다. 이 킬로가 좀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걸어보는 잔도다. 절벽의 모습과 거기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이런 시설물 없으면 어떻게 이곳을 보겠는가? 중국 잔도보다는 스릴이나 절경은 덜 하지만 그래도 안전성이 담보되니 유쾌하다. 요즘 지자체 별로 둘레길, 조망대, 스카이워크 등이 유행인 듯 하다. 이들은 그냥은 볼 수 없는 볼거리와 운동거리를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느림보 강물길
이끼터널. 예전엔 기차길 옆 옹벽이었다. 습한 환경 탓에 그곳에 이끼가 끼어 운치 있게 되었다. 단선 철로는 이전되고 도로가 되었다 한다. 이곳에 오기 전 통과한 터널 두 개도 일차선 도로라 교행이 안된다. 그래서 긴 터널 하나는 신호등이 있었다. 가끔 오가는 차들을 피해 연인들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멋 적지만 몇 가지 포즈를 취해 본다. 아쉽게도 낙서들로 이끼 훼손이 심하다.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위해 두 이름을 새긴 듯 하다. 사랑을 비석처럼 새기고 자물쇠로 채워야 하는 사람들. 사랑은 겉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마음에 새겨야 하는 거 아닌가? 떠날 때 중년 부부들이 온다. 이곳은 커플 구역역인 듯 하다. 비록 사소하지만 정다움이 있다.
충주댐으로 단양의 대부분은 수몰되고 지금은 신 단양이다. 그런 탓인지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는 강을 따라 지나간다. 도시는 정비되어 깨끗하다.
이끼터널
아내가 구인사는 불교 천태종 본산이고 조계종과는 절 모습이 좀 다르다고 귀띔을 한다. 주차장에서 본 절은 어마 무시 하다. 다가가니 천태종 박물관이란다. 대웅전을 찾아 헤매다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어이없단 표정으로 구인사 안내도를 준다. 이곳은 아직 구인사가 아니며 계곡을 따라 사찰 끝가지 가는데 도보로 50분 걸린단다. 셔틀버스를 탔다. 얼마를 달려 버스터미널에 내려 준다. 절 앞에 버스터미날이 있다니 얼마나 크길래…
일주문을 지나 길 양편으로 거대한 다층 사찰 건물이 줄지어 나타난다. 천왕문은 아치형 문 위에 대웅전, 관음전 등 다층 건물 옥상에 있다. 아파트형 사찰이라 해야 하나. 태안반도 안면암이 그랬다. 그곳이 허장성세 분위기라면 이곳은 꽤 탄탄하고 다부지게 불사를 했다. 계단, 조경, 공간구성 등 건축적 센스가 수준급이다. 건축 재료, 실내 시설 등 모두가 허튼 재질이 아니다. 경건하기보다는 호화스러움에 거북하고 걱정스럽다. 가장 높고 평평한 자리에 대조사전이 있다. 부처님 자리에 천태종을 중창한 상월원각 대조사가 있다.
순간 당황스럽다. 오랜 시간 걸어 왔지만 거대한 아파트형 사찰들과 부속 시설물만 보이고 의당 부처님이 있을거란 자리엔 거대한 스님상만 보인다. 부처님은 어디에 계신가? 안내도를 보니 중간 쯤에 있는 설법보전이 대웅전이란다. 설법보전 오층으로 올라가 대웅전에서 부처님을 겨우 뵈었다. 이 곳이 부처님의 뜻에 맞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떠나질 않는다.
소백산 구인사
인생은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