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증도) 태평염전 + 짱뚱어다리 + 우전해변

felixwoo 2017. 9. 20. 23:30

하늘은 쾌청하고 구름은 높다. 전날 흐린 날씨에 요란한 바람이 있었다. 그 강한 바람이 붓 흔적 같은 보기 드믄 구름을 남겼다증도로 가는 길은 한적 했지만 꽤 꼬불거렸다. 직선으로 펼 만큼 교통량이 많지 않은가 보다. 뭍인 무안을 지나 지도, 사옥도를 지나 증도에 이른다증도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슬로우 시티다. 느림의 삶을 추구하듯 모든 게 한가롭다. 차도 드물고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태평염전은 여의도 두배 되는 우리나라 최대 염전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염전은 격자형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한 귀퉁이에는 자연생태 공원을 조성했다그린, 버밀리온, 세피아를 주색로 여러 물감을 섞고 휘저어 무늬를 낸 양탄자처럼 보인다.

 

자연생태공원에는 뻘에서 자라는 바다식물들을 볼 수 있다. 붉은 칠면초가 가장 익숙하다. 바다 사람들에게 칠면초가 구황작물이었단다. 무겁고 어두운 뻘에 피어 있는 강렬한 붉은 색은 이곳에도 생명체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염전 가운데로 소금창고가 줄지어 있다. 소래 염전의 소금창고는 낡은 죽은 소금창고였으나 이곳은 생생하게 살아있다. 소금박물관 절반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영상작품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이런 한가한 곳에 전시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장뚱어 다리는 만의 넓은 뻘을 가로 지르는 인도교다. 뻘에는 장뚱어 와 여러 종류의 게들이 이리 저리 엉키며 움직인다. 뻘에 깊게 패인 사행천엔 썰물의 마지막 물인 듯 가쁘게 나가고 있다. 시야에는 하늘, 뻘 그리고 다리 뿐이다. 이러한 단순함이 좋다.








우전해변은 철이 지나 아무도 없다. 넓고 고운 모래사장에는 짚으로 지붕을 만든 파라솔이 열 지어 있어 운치를 더한다. 바다, 하늘로 양분된 풍경이 경쾌하다. 하늘에는 구름들이 추상표현주의 회화처럼 변화무상하게 변하고 있다. 모래사장에 점이 되어 바닷가를 거닐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