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무주) 덕유산

felixwoo 2018. 1. 17. 11:27

미세먼지 나쁨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답답하다. 기온은 전국적으로 영상이라 비가 오는 등 마는 등 날씨는 흐리다. 덕유산에 눈이 있을까? 미세먼지는 좋을까? 출발 전부터 염려 되었다.

 

설천봉에 오르니 날씨는 쾌창하고 공기는 맑다. 망망대해처럼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몇 개의 섬이 보인다. 산봉우리다. 구름을 뚫고 운상세계로 온 것이다. 덕유산은 언제나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온통 눈이라 쌓인 두께를 가늠할 수 없지만 펜스에 쳐 논 플래카드 글씨가 반은 묻혔다. 눈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눈을 뜰 수가 없다. 선글라스를 꼈다.

 

눈 속으로 등산객들이 줄 서서 올라간다. 향적봉 표지석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십여 미터 줄을 섰다. 어디서나 타자화 된 기억을 을 담으려는 풍경은 그리 낯 설지않다. 정상은 그로부터 몇 미터 위 바위다. 정상에 오르니 운해가 다시 펼쳐진다. 한 바퀴 돌아 본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바다. 세상이 단순하다. 뭉실거리며 서서히 움직이는 구름들 틈 사이로 가까운 산등성이 보였다 사라진다. 구름밑으로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준다.

 

향적봉 대피소를 지나 중봉으로 향했다. 나무 군락에 따라 눈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라짐다. 하얀 세상에선 노숙한 나무 가지들이 마치 간유리에 비치는 실루엣처럼 보인다. 눈들이 풍성하게 앉아 뽀족한 가지 끝들이 둥그래져 부드럽다. 앉아 있는 순록 무리들의 뿔들 같다. 흰색과 검은 색조로 이루어진 무채색 풍경은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중봉 밑으론 넓고 평평한 동엽령의 설원이 펼쳐진다.

 

안개가 피기 시작한다. 원경이 묻히고 중경이 흐려지기 시작한. 풍경이 살아 움직인다. 더 멀리 볼 수 없지만 신비로움은 더해 간다. 적당히 가려주는 신비로움이 아름다워지는 비결인가? 

 

덕유산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향적봉











중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