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서울) 문화비축기지 그리고 하늘공원

felixwoo 2019. 10. 2. 23:30

세상 모를 일이다.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바뀌었다. 엄중한 시대를 살아 온 내게 전혀 상상 못했던 일이다. 저유 탱크 5는 파빌리온, 공연장, 탱크원형, 복합문화공간, 이야기관으로 변신했고 거기서 나온 부자재로 T6라는 여섯번 째 탱크를 새로 만들었다. 커뮤니티센터다.

 

처음 오일 쇼크를 겪으며 서울시 한달 소비량을 비축하기 위한 규모였다. 철판으로 만든 원형 탱크, 그것을 보호할 두꺼운 콘크리트 벽. 그것들은 반지하에 건설되었다인재보다는 적 공격에 대한 방어 개념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니 포신에 핀 장미 격이다.

 

투박하고 두껍기만 한 콘크리트 벽과 녹슨 탱크 철판들이 생소하고 무겁게 다가선다. 군사시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견고함이다. 하지만 그 안은 경쾌하다. 문화의 부드러움과 따사로움이 가득하다. 비록 틀만 있고 살아있는 문화의 실체는 드물지만 그래도 장이 펼쳐졌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오래 전 목동 신시가지에 살 때 한강 건너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에서 가볍고 매개한 연기와 냄새가 바람을 타고 가끔 날러 왔다. 매립이 끝나고 이젠 공원으로 변한지도 한참 되었다. 높은 쓰레기 산이 하늘공원이 되었다.

 

하늘공원은 드넓은 억새 밭이었다. 억새 사이로 큰 길도 있지만 작은 길도 있다. 작은 길로 걸으면 억새에 묻힌 듯하다. 태풍이 몰고 오는 가는 비가 줄창 내리고 있지만 사람들이 제법 많다.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여행 일정상 왔나 보다. 가도가도 억새다. 가운데 사발모양의 전망대가 있다. 올라서면 멀리 고층빌딩이 즐비한 여의도와 마포 일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