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화순) 운주사, 세량제 그리고 물염적벽

felixwoo 2020. 6. 1. 08:07

운주사 일주문에 ‘천불천탑도량’ 이라 적혀있다. 천이란 많다는 뜻 일 게다. 사찰 내는 물론 좌우 동산 일대에 불상과 탑이 많이 산재해 있다. 탑 모양도 다양하여 칠층탑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그렇지 않은 탑도 있으며 호떡처럼 생긴 원형 탑도 있다. 불상들은 거친 풍파에 많이 마모가 되어 윤곽이 뚜렷하지 않지만 모습이 투박하고 균형이 잡히진 않았다. 고려 토속 불교 분위기가 많이 난다. 박스형 석전실 안에 등을 맛 댄 불상은 이곳에서 처음 본다. 특이하게 사찰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사천왕들이 지키는 문이 없다.

 

사찰 단청의 색 조합이 독특하다. 사찰  마당에 정갈하게 난 빗질자국이 이곳 스님들의 마음가짐을 보는 듯하다.

 

와불로 가는 산길에도 탑과 불상들이 여기 저기 있다. 와불은 생각했던 거보다 더 평면적이다. 조망대에 오르면 평면이 비스듬이 보인다. 크고 작은 두 와불이다. 마침 스님이 인솔한 템플스테이 일행이 나타나 펜스를 열고 들어간다. 덕분에 직접 만져 볼 수 있었다.

 

맞은편 동산에도 탑들과 부처들이 이곳 저곳에서 나타난다. 중부지방에서는 가끔 보이는 망개나무가 이곳에서는 지천에 널렸다. 망개 열매는 처음 본다. 아내는 어릴 적 망개 떡의 추억을 떠올리며 반가워 한다. (다녀온 날 2020.05.27) 

 

아침 세량제는 신선했다. 반영이 선명했고 약간의 물안개도 남아 있었다. 아무도 없는 저수지에서 남들 앞에서 하기 힘든 제스처를 자유롭게 취해봤다. 세량제로 오는 길에 차가 추월하며 어떤 노인분이 뭐라고 손 짓을 한다. 차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여겨져  공지에 세우고 살펴보니 오른쪽 뒷바퀴가 주저앉았다. 보험 긴급 출동반이 와서 점검하더니 작은 철편이 박혀 펑크가 났단다. 남에 일에 신경을 써서 알려주신 노인분이 새삼 고맙다.   

 

화순의 제1경이 적벽이라 한다. 적벽을 가는 산 길은 고목들이 즐비하게 감싼 아름다운 길이었으나 막상 적벽 주차장에 도착하니 상수도보호구역이라 출입금지란다. 안타까움에 근처 물염적벽으로 향했다. 물염적벽은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았으나 온갖 새들이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호젓함은 좋다. (다녀온 날 2020.05.29)

 

무인텔를 처음 이용해봤다. 객실 별로 차고가 따로 있고 침대도 편안하고 깨끗하다. 이층에는 둥근 큰 욕조가 있는 샤워실인데 온천지역이라 물도 온천수라나. 가격도 저렴하고 비대면이고 코로나 시기에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