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서천) 신성리 갈대밭

felixwoo 2020. 12. 16. 18:52

금강유역의 넓은 공간을 갈대로 채웠다. 키보다 큰 누런 갈대사이로 미로처럼 길이 여러개 나있다. 가장 한가해 보이는 선착장 쪽을 택했다. 강물이 뭍에 부딪치는 소리가 냉량한 날씨와 어울어 청량하게 들린다. 운항이 중지된 선착장에는 배는 보이지 않고 금강의 넓고 거대한 물줄기가 꿈틀거리며 유유히 흐른다. 갈대와 억새를 구분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갈대는 수분이 많은 습지에서 자라고 먼지털이 같은 꼭대기 열매가 짙은 누런 색을 띠지만 억새는 산, 언덕에서 자라고 열매가 밝고 가벼운 베이지색에 햇빛을 받으면 우아한 색깔과 멋을 발한다.

 

바람에 갈대가 흔들릴 때 임금님의 비밀을 누설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이렇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어 혼 쭐이 난 적 있는 미다스 왕이 이번에는 음악 경연에서 음악의 신인 아폴로가 졌다고 주장했다. 화가 난 아폴로가 미다스 왕의 귀를 늘려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 미다스 왕은 이를 감추려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지만 이발사한테는 감출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된 이발사는 입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이었다. 결국 들판에 나가 웅덩이를 파고 거기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는 흙으로 구덩이를 메웠다. 그 자리에서 갈대가 피어올랐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말한다 한다.

  

한낮에도 영하를 밑도는 추위지만 갈대밭은 포근한 이불 속처럼 아늑하다. 갈대 길은 데크 길과 자주 이어진다. 갈대 길은 흙의 부드러움을 몸으로 느낄수 있지만 데크 길은 갈대밭을 넓게 조망하는데 좋다. 스타디움같이 생긴 원형 조망대에 올라서면 갈대밭 전체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길이 너무 많지않은가 할 정도로 오밀조밀하게 잘 뚫려져 있고 군데군데 포토존 같은 벤치도 잘 구비되어 있다.

 

나오는데 관리인이 마스크를 쓰라 한다. 탈 마스크를 하러 광활한 곳으로 왔건만 피할 수 없다. 코로나 전의 일상이 그립다. (다녀온 날 : 2020.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