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당진) 아그로랜드
진입로에 들어서자 소들이 길을 안내한다. 멀리서 유아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노란 버스들이 오간다. 첫 인상은 시설물들이 낡고 짜임새가 없어 보였지만 들어 갈수록 진면모가 나타났다. 초반의 오밀조밀한 인공적 배치가 갈수록 넓고 자연스러워 진다. 부지 30만평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지만 피곤함을 느낄 만큼 넓다.
사계절을 즐길 수 있도록 꽃과 수종을 배치하여 초봄에 피는 꽃은 이미 졌고 알 수 없는 여러 꽃들이 연이어 피어 있다. 조팝나무, 불두화 들이 한창이고, 절정기를 막 넘긴 겹벚꽃은 탐스럽고 부드러운 꽃들이 한껏 달려있고 떨어진 꽃들은 주변 바닥을 온통 연분홍 꽃밭으로 만들고 있다.
벚나무, 메타세콰이어, 느티나무 들이 도열해 있는 둘레길들은 나무 터널을 이루었고 꽤 길어서 산책하기에 적격이다. 어떤 구간은 세계의 모든 소들이 퍼레이드를 펼친다. 밀밭, 청보리, 호밀 밭이 주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초록 농담들이 눈을 상쾌하게 한다.
외곽 숲 속에 노란 문이 있고 숲의 어둠을 밝히는 에디슨 전구가 별과 같이 빛나고 있다. 문을 지나 조금 가면 민들레 홀씨가 만발한 환상의 숲이 나타난다. 손길이 미치지 않는 자연의 모습이다. 숲을 벗어나자 광활한 초지가 시야를 시원하게 한다.
넓은 대지에 많은 테마를 심었다. 하지만 입구 테마 공원의 시설물들이 전반적으로 낡고 조경이 허술했다.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다녀 온 날 :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