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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1976) / 리처드 도킨스 저 / 홍영남 역

felixwoo 2022. 5. 27. 10:55

리차드 도킨스는 신 다윈주의자로서 자연선택이 개체 수준이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다른 이론이 아니라 다른 관점이며 결국 같다고 한다. 즉 같은 하나의 진실에 대해 두 개의 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킨스는 사회 이론의 주요 주제인 이기주의와 유전학적 정의, 공격적 행동의 진화, 친족 이론, 성비 이론, 이타주의, 속임수, 성 분화의 자연 선택 등을 설명한다.  다윈주의 사회 이론은 여러가지 사회관계에서 대칭성과 논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대칭성과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면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고 심리과학과 정신의학에 대한 지적인 기반도 닦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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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존재하는가? 다윈이 진화론으로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일관성 있고 조리 있게 설명하였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다. 성공한 시카고의 갱단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유전자는 치열한 세상에서 수백만 년 동안이나 생존해 왔다. 성공한 유전자의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개체의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

 

유전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어렵다. 인간만이 학습되고 전승되어 온 문화에 지배된다.

 

세상은 자기희생을 하는 개체들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가득 찼다는 이론이 ‘집단선택설’이다. 하지만 정통 학설은 ‘개체선택설’이다. 집단선택설이 큰 매력을 갖는 이유는 우리의 도덕적 이상이나 정치적 이상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어느 수준의 이타주의가 바람직한가? 가족, 국가, 인종, 종 아니면 전체 생물인가에 대한 인간 윤리의 혼란은 진화론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수준에서 이타주의를 기대할 수 있는 가라는 생물학적인 문제와 혼란을 그대로 반영한다. 가장 낮은 수준에서 일어나는 선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태초에 단순함만이 존재했다. 그 단순한 세계도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다. 다윈의 ‘최적자 생존’은 안정자 생존보다 더 일반적인 법칙의 특수한 예이다. 최초의 자연선택은 단순히 안정한 것을 선택하고 불안정한 것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어느 시점에 자기 복제자란 주목할 만한 분자가 우연히 생겨났다. 자기 복제자는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든다는 놀라운 특성을 지녔다. DNA의 분자도 때로는 오류를 일으킨다. 결국 진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오류다.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 면에서 우수한 분자들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많아 질 것이다. 이것이 생물의 진화이며, 그 메커니즘이 자연선택이다.

 

자기 복제자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운반자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살아 남은 자기 복제자는 자기가 들어앉을 수 있는 생존 기계를 스스로 축조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다.

 

유전자는 박테리아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모두 동일한 종류의 분자다.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 복제자, 즉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 기계다. DNA분자는 뉴클레오티드라고 하는 작은 단위 분자로 구성된 긴 사슬이다. DNA는 스스로 사본을 만들고 다른 종류의 분자인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유전자는 선경지명이 없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다. 유전자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

 

유성생식은 유전자를 섞는다. 이것은 개체의 몸이란 일시적인 유전자의 조합을 위한 임시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유전자는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되어져 있으나,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는 특이한 세포다.

 

유성생식은 자기 복제가 아니다. 개체군이 다른 개체군으로 오염되듯이 개체의 자손은 그 개체의 성적 파트너로 인해 오염된다. 당신의 자식은 당신의 절반밖에 안되고, 당신의 손자는 당신의 1/4밖에 안된다.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단위가 될 만큼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 충분히 짧은 염색체의 한 조각으로 정의된다. 유전자의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확률을 증가시키는 유전자는 오래 살아 남을 것이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유전자가 불멸인데 비하여 몸은 일시적이다. 이는 유성 생식과 교차가 있다는 사실과, 개체는 죽는 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다.

 

노쇠 현상은 후기에 작용하는 치사 유전자와 반치사(쇠약)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들 유전자는 단지 후기에 작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선택의 그물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추측할 수 있다. 40세 이전에는 번식을 못하도록 하고 수백 년 후에는 연령제한을 50세로 올리고 그 이후에도 조금씩 늘려간다. 이러한 방법으로 인간의 수명을 수백살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유전자를 속여서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무성생식에 비해 유성생식이 유성생식을 가능케 하는 유전자에게 이롭다면 이것으로서 유성 생식의 존재도 충분히 설명된다.

 

식물은 옮겨 다니지 않고도 살 수 있기 때문에 뉴런이 필요 없으나, 대부분의 동물 집단에게는 뉴런이 있다. 뉴런은 신경세포다. 긴 철사모양의 축삭돌기는 몸의 한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메세지를 운반한다. 수십억 개의 뉴런의 집합이 인간의 뇌다. 

 

뇌는 생존 기계의 일상생활을  관리할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하는 능력도 있다.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하는 힘까지 갖추고 있어 예를 들면 많은 아이를 낳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유전자는 우두머리 프로그램이며 자기의 생명을 위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유전자는 자기의 생존 기계가 생애 중에 부딪치는 모든 위험을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잘 대처하는냐로 심판받는다.

 

의사소통 시스템이 진화할 때는 누군가 그 시스템을 악용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동물의 상호 작용에는 어느 정도 이해의 충돌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ESS :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는 개체군에 있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일단 그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대체 전략이 그 전략을 능가할 수 없는 전략이다.

 

귀뚜라미는 과거 싸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기억을 갖고 있다. 최근에 많은 싸움에서 승리한 귀뚜라미는 매파처럼 행동한다. 반면 계속 지기만 한 귀뚜라미는 비둘기처럼 행동한다.

 

이전에 맞부딧친 적 없는 암탉들을 같이 놔두면 엄청나게 싸운다. 시간이 지나면 줄어드는 것은 각 개체가 다른 개체에 대한 '자신의 지위를 배우기' 때문이다. 순위가 정해져 심한 싸움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면 산란율이 높아진다.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 또는 이입으로 생기는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선택을 받아 즉시 제거되고 복원된다.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데 성공하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진화적으로 안정한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진다. 작은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에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혈연자가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 평균보다 높기에 많은 부모들이 새끼에게 이타적 행동을 한다. 두 사람의 혈연자가 한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를 '근연도 (relatedness)'라 한다. 

 

유전적으로 보면 사촌은 증손과 동급이고 할아버지를 닮은 것과 같은 정도로 작은 아버지를 닮았다. 자연계에서 누나 또는 형이 동생을 돌보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만큼 흔하지 않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형제자매 간의 관계에 비해 유전적으로 더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부모 자식간의 돌보기가 형제자매의 이타주의에 비해 빈번하고 헌신적이다. 이는 근연도에 확실성의 지수도 고려해야 한다. 아비는 어미만큼 육아에 열중하지 않는다. 외할머니는 친할머니에 비해 자기 손자가 확실하므로 친할머니보다 강한 이타주의를 기대할 수있다. 간통이 흔한 사회에서는 외삼촌이 아버지보다 이타적일 것이다. 외삼촌이 그 아이와의 근연도에 대해 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혈연선택은 가족 내 이타주의를 설명하며 가까운 혈연관계일수록 선택이 강하게 작용한다. 한 개체는 다른 개체의 생명에 자기의 자산 일부를 투자하거나 내건다고 볼 수 있다.

 

혈연자를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우리가 친척을 알 수 있는 것은 주위로 부터 듣고, 서로를 부르는 이름이 있으며, 결혼이라는 형식이 있고, 기록과 뛰어난 기억력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다니지 않는 동물이나 작은 그룹을 이루어 돌아다니는 동물에서는 자기가 만나는 개체가 누구든 자기와 친척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러한 기억 없이는 자기 혈연자를 알아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유아 때 헤어진 부모 자식은 장성해서 서로 알아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종의 생태적인 특성에 따라 키우기와 낳기 두 전략의 여러 가지 혼합 전략이 ESS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아이를 몇 명이나 낳는냐는 것뿐만 아니라, 언제 낳느냐에 따라서도 인구 증가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세대의 간격을 보다 넓게 하면 연당 인구 증가율은 완만해질 것이다. '둘만 낳자'라는 표어 대신에 '30세부터 낳자'라고 해도 거의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야생 동물은 늙어서 죽는 일이 거의 없다. 실제로 늙기 이전에 굶거나 병들거나 포식자에게 먹혀 버린다. 최근까지는 인간도 그러하였다. 기아와 그 밖의 사망 원인이 개체군이 무제한 증가하지 못하게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많은 동물들은 어떤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지역을 영역(세력권)이라 한다. 대개의 경우 암컷은 영역이 없는 수컷과는 짝짓기 하려고 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부자들을 좋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물들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대에 대해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경향이 있다. 먹이를 쪼아 먹는 순위제는 하나의 사회적 계층 질서다. 

 

동물들은 자기가 낳은 새끼들 중 살아남는 새끼 수를 최대화하기 위해 산아 제한을 실행하는 것이다. 인간은 가족을 경제적인 자급자족 단위로 하는 것을 폐지하고 그 대신에 국가를 경제 단위로 한다. 복지 국가라는 것은 극히 부자연적인 실체다.

 

부자연스러운 복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자연스러운 산아 제한을 실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 상태에 있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결과에 이를 것이다. 산아 제한은 착취할 준비를 갖춘 이기적 개체에 의해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의 부모 동물은 가족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손의 출생률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미의 최적 전략은 자식이 번식할 때까지 양육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수의 자식에게 공평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유전적인 배경만 본다면 편애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편애한다면 그것은 연령 등에 따라 결정되는 기대 수명의 차이 때문이다.

 

노령의 산모가 낳은 아기의 기대 수명은 젊은 산모가 낳은 아기의 수명에 비해 짧다. 자기가 낳은 아이가 어른될 확률이 동갑내기 손자가 어른이 될 확률의 1/2보다 낮아질 때 오히려 손자 쪽으로 투자하는 유전자가 유리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여성이 중년기에 생식 능력을 잃어버리는 폐경이 일어난다.

 

젖 떼기는 자기가 어미 품에 있는 것보다 어미 곁을 떠나 어미가 어린  동생을 자유로이 키우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에게 유리하게 되는 시점이다.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개체가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이성과 교미하고 자식 양육은 상대에게 전적으로 떠맡기는 것이다.

 

대형의 배우자는 평균 크기의 배우자에 비해 자신의 배에 다량의 양분을 줌으로써 자신의 배가 출발부터 유리진다. 따라서 배우자가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한편 대형의 배우자를 상대로 활발하게 찾아다니는 소형의 배우자가 자연 선택에 유리하다. 이를 통해 성 전략이 두 갈래로 진화했다. 정직한 배우자는 난자가 되고 착쥐하는 배우자는 정자가 되었다. 착취의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데 있다.

 

암컷이 유리했다가 수컷이 유리했다는 하는 시계추 운동 상황에 따라 아들 딸을 같은 수로 낳는 전략은  ESS가 된다.

 

확산 문제로 물고기 수컷은 암컷이 난자를 방출하기를 기다렸다가 정자를 뿌리는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암컷은 난자를 수컷에게 떠맡기고 사라질 수 있다. 수컷의 자식 돌보기가 일어나는 이유다.

 

암컷이 나이가 많은 수컷을 배우자로 선택하면 적어도 오래 살 수 있는 유전자를 결합할 수 있다. (나이 든 재벌 총수들과 살았던 젊은 여자들도 이런 이유였나)

 

암컷은 두가지 짝집기 전략은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고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이다. 인간에서의 다양한 성선택 기준은 유전자보다는 문화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성적으로 매력적이고 화려한 색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수컷 쪽이고, 칙칙한 색채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암컷이다. 하지만 인간은 예외적인 존재다.

 

근친상간은 유전적 손실을 야기 할 수 있는데, 이는 근친상간에 의해 치사성 또는 반치사성인 열성 유전자의 영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집단생활의 이점은 포식자에게 먹히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이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맨 처음 매를 발견한 개체의 최선의 방책은 동료에게 빨리 경고 신호를 보내 매를 불러들일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가젤의 높이뛰기는 포식자가 다른 개체를 쫓도록 하는 이기적 행동이다. 

 

벌목 곤충 여왕은 젊어서 결혼 비행을 한번 하고, 그때 10년 이상의 여생 동안 쓸 정자를 저장한다. 수년에 결쳐 정자를 일정량씩 방출하여 수란관을 통과하는 난자를 수정시킨다. 그러나 모든 알이 수정되지는 않고 미수정란은 수컷이 된다.

 

어떤 암컷이 일꾼이 되느냐 여왕이 되느냐는 유전자가 어떻게 자랐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일벌과 여왕벌의 유전자 세트는 동일하고 어느 세트의 스위치가 켜질지는 어떻게 양육(먹이)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양육되느냐로 결정된다)

 

우리의 유전자 하나하나가 공생 단위체라는 생각이 언젠가는 받아 들여질 것이다. 우리는 공생하는 유전자들의 거대한 결합체인 것이다.

 

서로 상대의 등을 긁어주는 호혜적 이타주의에도 이기적 개체들이 존재한다. 원한자 전략은 봉 전략이나 사기꾼 전략에 대해 ESS이다.

 

인간의 문화적 전달은 유전적 전달과 유사하다. 기본적으로는 유전적 전달이 더 보수적이지만 일종의 진화를일으킨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밈(meme)'은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다. 유전자가 정자와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모방이라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다닌다.

 

신의 밈이 나타내는 생존 가치는 그것이 갖는 강력한 심리적 매력의 결과다. 실존을 둘러싼 심원하고 마음을 괴롭히는 여러 의문에 그럴듯한 해답을 준다. 그것은 현세의 불공정이 내세에서는 고쳐진다고 말한다. 우리의 불완전함을 영원한 신의 팔이 구원해 준다고 한다.

 

맹신의 밈은 특유한 잔인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번식해 간다. 애국적 맹신이든 정치적 맹신이든 종교적 맹신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ESS보다는 '비둘기파의 공동 행위' 전략을 택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함에도 자연선택은 ESS를 선화하게 된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너무 관대한 전략 (TFTT : Tits For Two Tats 두번 봐준다) 같이 연약한 상대가 있으면 이들은 착취 당한다. 이후 이들이 절멸하면 더 이상 손쉬운 상대가 없으므로 못된 전략들도 절멸에 이른다. 결국 TFT (Tit For Tat 이에는 이, 눈에는 눈)처럼 마음씨 좋으면서도 분개할 줄 아는 전략이 독무대가 된다.

 

우리가 민사 분쟁이라고 하는 것에는 크나큰 협력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경우가 흔하다. 제로섬 게임으로 보이는 것에 약간의 선의를 보태면 쌍방에 이익을 주는 논제로섬 게임으로 바꿀 수 있다. 민사 분쟁은 의뢰인에게는 제로섬 게임이지만 변호사에게는 논제로섬 게임이다.

 

오래된 친구와 먹이를 잘 나누는 흡혈박쥐는 혈연의 관계를 넘어 피를 나눈 충성스러운 형제의 연분으로서 영속적인 끈을 형성한다. 흡혈박쥐는 이기적 유전자에 지배되면서도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이 될 수 있다는 따뜻한 생각을 퍼뜨릴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이 무생물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체에게도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모든 세포는 똑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다만 다른 종류의 특수화된 세포마다 다른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질 뿐이다. 세포 분열은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되며, 이 순서는 생활사가 반복될 때마다 재현된다. 각 세포는 세포 분열 등록부에 위치와 시간이 정해져 있다.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다. 하지만 어떤 복제 과정도 완벽하지 않으며 몇 개의 다른 변이체가 생긴다. 이 변이체 중 소멸되기도 하고, 다른 변이체보다 복제 효율성이 좋아 개체군에서 그들의 자손을 많이 남기기도한다. 어떤 복제자가 이 세상에서 성공할 지 말지는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에 달려 있다.

 

지구상의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선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자기 복제자가 모여 개체적 운반자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있는 대상물은 여러 생물 개체 속에 들어앉은 여러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력의 그물이 합쳐지는 지점이다. 유전자의 긴 팔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다. 세상 전체가, 멀거나 가까운 표형형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잇는 인과의 화살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만라만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부처의 말을 연상시킨다.)

 

우리는 아직도 유성생식의 기원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유성 생식이 생겨난 결과 서로 함께 지낼 수 있는 유전자들의 협력적 카르텔이 되었다. 협력의 열쇠는 미래를 향한 병목인 출구 즉 정자와 난자 안에서 유전자들은 다음 세대로 항해를 계속 해야 한다.

 

충분히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당신이 어디 출신이건 우리는 조상의 상당수를 공유하고 있으며 혈연 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