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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 그라운드 시소 성수

felixwoo 2022. 10. 13. 10:53

비비안 마이어에게 사진이란 사는 의미며 심지어 전부처럼 보인다. 보모가 주 직업이었던 그녀는 수입의 대부분을 사진 찍는데 사용한 듯 말년에는 보모를 했던 가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창고비가 연체되어 창고 속에 있던 그녀의 방대한 사진들이 불과 몇 백 달러에 경매로 넘어갔다. 다행스럽게도 낙찰자를 통해 그녀의 진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고독한 외톨이 비비안 마이어의 찡한 스토리다.

 

사람은 누구나 재능이 있다. 단지 자신이 무슨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해 발현하지 못하고 가던가, 발현했는데 알려지지 않고 사라져 간다고 여겨진다. 그녀는 후자의 경우다.

 

그녀의 사진은 어렵지 않다. 아래로 피사체를 보는 롤라이플렉스 카메라의 정사각형 모노크롬 사진은 그녀의 톡특한 순간의 미와 함께 생생한 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를 도는 육 개월 간의 세계 여행에서 삼천장을 찍었듯 평생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인화조차 하지 않았다. 다작은 옥석를 낳기 마련이다.

 

사진 평론가 제프 다이어는 그녀의 사진에서 당시 유명 사진 작가의 작품들이 얼핏 지나간다 했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그녀는 전시이든 잡지에서 본 사진을 찍은 듯 해서다. 그녀의 가치를 과장하기 위해 기적을 떠버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마이어 사진은 평범한 거리 사진들이지만 역사적 기록물이고 일부는 탁월하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순간을 포착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행위가 삶의 모티베이션이 되었다는 사실이 감명 깊게 다가온다. (다녀 온 날 : 202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