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무이네
위에서 보면 앵무조개 처럼 보이는 리조트내 풀장은 바로 바다 모래 사장과 붙어있다. 선베드에 누우면 빽빽한 야자수 나무 사이로 하늘이 청명하다. 이국적인 열대 휴양지의 정형이다. 멀리서 야자수의 커다란 잎이 떨어진다. 사람이 야자수 꼭대기에 올라 시든 잎을 정리하고 있다. 풀가에는 인도 중년 여성들로 보이는 일군이 맞잡은 손을 높이 들고 발을 들어 리드미컬하게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든 것이 여유롭고 한가롭기만 하다.
와인캐슬(wine castle)은 미국 나파밸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저장하는 저장소로 테마파크처럼 꾸며 놓았다. 포도 산지도 아니고 이곳과는 무관한 탓에 약간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덜컹거리는 지프로 한잠을 달려 하얀 사막(white sand dunes) 입구에 이르렀다. 사막을 타기 전 타이어 바람을 뺀 지프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사막을 올라 정상에 멈춘다. 눈 안 가득 온통 사막이다. 이 풍광이 아내가 이곳에 오고 싶어 했던 이유다. 사막처럼 보이지만 해안 모래가 바람에 날려 쌓여진 사구다. 사막에서 푹푹 빠지는 고운 모래 위를 달리는 것이 한때는 로망인 적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풀었지만 아직도 설레인다. 감상에 빠지는 것도 잠시 사륜구동 바이크를 타자 사막 구릉지를 빠르게 내달린다. 위아래로 경사지 옆으로 모래바람이 온 몸을 때리지만 정신이 없다. 급경사지 내리막에서는 숨을 고르듯 멈칫하다 머리를 박을 듯 내리꽂는다. 순간의 무중력으로 가슴이 내려 앉는다. 이런 놀이 분위기로 인해 원하던 사막의 목마름과 고요함을 마주하기엔 무리다.
다시 지프로 좀 달려 붉은 사막 (red sand dunes)에 이르렀다. 붉은 황토색이 지중해 풍의 고급스런 빛깔이지만 하얀 사막에 비해 작다. 카메라 사각 프레임을 그런대로 채우지만 눈에는 꽉 차지 않는다. 그래도 모래에 바람 물결 무늬가 선명하고, 방향을 달리하며 엣지를 만드는 모래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놀이 기구들이 없으니 잠깐이나마 사막을 온전히 느껴본다.
피싱 빌리지(fishing village) 는 바다에 작은 어선들이 새카맣게 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이곳 전통 배 ‘퉁’은 커다랗고 둥근 바구니에서 노를 젓는다. 예전에는 대나무로 만들고 방수재로 소똥을 발랐으나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전부 바뀌고 심지어 일부는 모터도 달고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면 비릿하고 지저분하고 치열함이 느껴지는 생업 현장이다.
요정의 샘(fairy stream) 시작 지점으로 가는 길은 허술했다. 작은 협곡 사이로 얕은 시냇물이 흐른다. 맨발로 물에 들어가니 머드 같은 촉감이 부드럽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거친 돌들이 밟히지만 조심하며 한참을 가다보면 수천년의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모양과 색깔이 풍요로운 협곡을 볼 수 있다. 그 나름 인상적인 체험이다.
무이네가 있는 판티엣 지방은 용과를 키우는 농장이 많다. 용과는 선인장과 식물인데 가운데 기둥 줄기를 중심으로 가지가 우산살처럼 쳐져 있다. 지금은 추수가 끝나 과실이 달린 용과는 아쉽게 볼 수 없었다. 다시 호치민을 향해 달리다 보면 용과 농장은 사라지고 호치민에 다가갈수록 넓은 고무나무 농장들이 즐비하게 나타난다. (다녀 온 날 : 2022.11.2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