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단상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사회

felixwoo 2023. 11. 13. 18:20

얼마 전 차 접촉사고를 냈다. 시내 사거리에서 신호 정차중 신발에 묻은 은행 열매를 닦으려다 발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오토홀드가 풀려 앞 차와 접촉했다. 차들간 외상은 없는 듯했다. 앞차는 벤즈였고 운전자는 젊은 애엄마였다.

 

후에 보험사를 통해 전해 들은 바로는 운전자와 동승자는 병원가서 진단을 받았고 범퍼를 도색하고 수리기간 렌트비를 지급했단다.

 

사고 후 오랫동안 기분이 더럽고 혼란스러웠다. 단순 실수로 유발된 가벼운 접촉이 너무 크게 확대된 듯 하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험으로 하니 최대한 뽑아내자는 생각일수 있지만 쿨하게 그냥 가도 될 수준이 아닌가 해서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내가 피해자라면 그랬을까?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과시보다는 실용성으로 차를 선택하고 일렬 주차시 앞뒤 간격이 좁으면 차로 밀어내기도 한다고 들었다. 범퍼에 흠이 나는 것은 당연하고 범퍼를 단지 완충도구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사실 예전에는 차 범퍼가 검은색이었으나 요즘 제조사들은 상업적 미관을 위해 범퍼를 자체와 같은 색상을 입히고 외관에 일체화하였으니 이런 얘기도 옛 얘기일 수 있겠다. 

 

우리는 갈수록 차를 모시고 사는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차는 필수품이지만 과시와 사치적인 면이 대중화되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차에 과대하게 돈을 투자하고 작은 흠에도 애지중지하니 흔적이 없는 사고에도 관대하지 못한다. 시민 의식이 그러하니 미덕을 지닌 보통 사람들도 관대해지기 힘들다. 이래저래 우리가 부담해야할 사회적 비용과 심리적 스트레스는 늘어만 간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를 읽으며 모두의 좋은 삶을 위해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