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읽기

파친코 (2017) / 이민진 저 / 신승미 역

felixwoo 2024. 3. 7. 19:05

주인공 선자는 일제 식민지 시절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잘못하여 혼전 임신을 한다. 죽어가던 목사를 살리고 결혼해 일본 오사카로 간다. 그곳 조선인 빈민가에서 남편을 잃고 갖은 고생을 다하며 두 아들을 바르게 키운다. 첩으로 쉽게 살 수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늘상 말하듯 올바르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꺾지않았다.

 

아무리 능력 있어도 재일 조선인으로 할 수 있는 버젓한 직업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조선인들이 진출한 파친코 업계만이 들어 갈 수 있었지만 파친코는 야쿠자와 연관된 나쁜 사업이라는 사회인식이 있었다. 일본인 중 편견이 없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일본 사회는 조직적으로 배타적이어서 비집고 들어 갈 틈을 주지않았다. 일본에서 낳고 자라도 그들을 끝까지 외국인으로 취급 당했고 모국에 가면 일본인 취급을 당하는 이상한 존재였다. 결국 이들은 과거와 민족을 묻지않는 천국을 미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가 망쳐논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은 인간이 만들어낸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근저한 듯하다.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서양인 등 우린 일상적으로 아무렇지않게 사람들을 구분한다.  로마는 점령된 지역 사람들을 로마 시민으로 동화시켰지만 대부분의 민족은 다른 민족을 식민지화하고 분리시켰다. 민족 구성원은 대부분 알거나 만나지도 못했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동질감이 가지고 있고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던지기도 한다. 

 

고생은 여자의 운명이라던가  여자들은 평생 고생해야 했다. 여자는 어릴 때도 고생하고 아내가 돼어서도 고생하고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내 어머니 시절도 그랬다. 밥하고 일하고 빨래하고 아이 키우고 애를 낳아야 한다. 어느 하나 쉽지도 않은 일을 남성보다 약자인 여자가 모두 해야 했다. 설상가상 남존여비도 심했다. 모든 남자들이 어머니를 좋아하면서 여자를 이렇게 대우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복잡한 수사나 묘사 없이 짧은 문장으로 스토리를 이어가지만 주장도 없고 가르치려고 들지않는 빠른 전개가 편안함을  준다. 그러면서도 은연중 풍기는 우리 민족이 지녔던 우직함과 꼿꼿함이 좋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기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