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는 끝났다.
전에 살던 동네에서 이용했던 이발소가 세 곳이 있었다.
하나는 전철역 근처 상가에 있다. 전철을 이용할 때 편리해서 몇번 갔었다. 같은 상가에 미용실은 3개나 있었고 언제나 손님이 한두명이 보였다. 이발소는 주인장이 자다가 일어난다. 다 깎을 때까지 아무도 안 오는게 다반사요 어쩌다 한 명이 올 때가 있다. 한가로움이 참 서글프다. 남의 일이지만 생계가 걱정된다.
하나는 경찰서 구내 이발소인데 가면 금방 깎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를 들락거리기가 부담스러웠다. 또 한 곳은 옆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다. 항상 한두명은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약간은 북적거리고 활력이 있어 이 곳을 애용했다.
집 이사를 하면서 새 이발소를 찾아야 했다. 집 근처는 신도시 초기다 보니 상가 형성이 안되어 없다. 우선 회사 부근에서 찾기로 했다. 회사 앞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헤맸으나 미용실은 한 블록마다 보여도 이발소는 보이지 않는다. 한참만에 오래된 단독주택들 사이로 이발소가 보인다. 겉보기에도 엉성하다. 망설이다 문을 열었다. 빼빼하게 마른 나이 든 분이 노인네를 이발하고 있다. 찝찝하게 인사를 받으며 의자에 앉아 신문을 집어들었다. 둘러보니 오랜된 시설은 않이지만 세면대가 한 귀둥이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어릴 적 과거로 후퇴한 듯한 시설이다. 커트 육천원이다. 좀 있으니 한 사람이 더 왔다. 행색이 남루하고 분위기가 험악하다. 그냥 나왔다.
회사근처 도심 번화가에 간 김에 이발소를 찾았다. 여기 저기 이발소를 표시하는 붉고 푸른 선이 돌아가는 원통형 사인이 화려하게 돌고 있다. 모범 이발소가 아니다. 이발보다는 부가적인 서비스에 신경을 쓰는 곳이다. 부담이 가는 곳들이다.
회사 근처를 포기하고 집 지역을 살폈다. 전철역 바로 앞에 이발소가 있었다. '미인이발소' 상호부터 심상치 않게 보인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다.
결국 집 가는 중간 길에 있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상가에 갔다. 이발소는 포기하고 미용실에 갈 심사였다. 생각지도 않게 미용실에 마주하고 이발소도 있었다. 반 기대 속에 문을 여니 중 노인이 노인을 깎고 있고 노인들 두명이 앉아 있다. 그냥 나왔다.
이발소는 양극화 되어 있다. 부수적 서비스로 치장한 곳과 나이 든 분들을 상대하는 허름한 곳. 중간에 위치하는 이발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그런 시장은 수요가 없나 보다. 이발소는 끝났듯 하다. 이젠 미용실로 가는 수밖에.....
굳바이 이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