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의 기내 탑승은 괴롭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나긋나긋한 기내 서비스다. 이번 여행의 항공사는 터키항공이다. 스튜디어스와 스튜어드가 반반 섞인 기내 서비스는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생수를 툭툭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는 기분이 상했다. 후에 알았지만 터키항공은 국영이란다. 역시 국영의 한계다. 타고 싶지 않은 항공사다. 11시간 30분간의 기나긴 비행 끝에 저녁에 이스탄불에 내렸다. 섬머타임 실시로 시차가 6시간 이란다.
옛 유적이 많은 구시가지는 도로가 좁은데다 구불구불하고 일방통행의 도로가 많다. 거기에 트램 레일도 설치되어 있다. 첫날 숙소는 구 시가지에 위치하여 도보로 접근성은 좋으나 시설은 별로 였다. 좁은 방에 에어컨이 고장이나 2시간여 우왕좌왕하다 결국 선풍기로 대체해 묵었다. 그나마 세차게 나오는 욕실 샤워와 탁트인 옥상 식당 전경에 위안을 삼았다.
카파도키아.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땅이란 뜻이다. 수만 년 전에 용암과 화산재가 이 지역을 덮게 되어, 그 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비와 바람의 침식으로 달 표면과 비슷한 괴상한 모양의 대 걸작품을 형성했다. 괴레메, 우치사르, 파샤바 계곡으로 이름이 붙여 진 곳을 이동하며 본다. 오랜 세월에 걸쳐 특이하게 침융된 독특하고 아름다운 바위산들로 이루어진 계곡형태가 기이하고 오묘하다. 파샤바 계곡은 버섯, 고추모양의 바위산들로 그득하다.
그 자체도 신기하지만 모두들 네모난 구멍이 불규칙하게 여기 저기 뚫어져 있다. 기독교 인들이 박해를 피해 외부의 접근이 힘든 이 험난한 계곡에 들어와 바위산에 동굴로 이루어진 그들만의 사회를 건설하였다. 동굴 교회도 있고 주거공간도 있고 윗 쪽에는 자그마한 구멍인 비둘기 집도 있다. 동굴교회는 십자가 형태의 공간에 가운데는 돔 형태의 지붕으로 내부가 파져 있고 천정과 벽면에 성서 이야기로 채색해 놨다. 주거 공간은 상하좌우로 연이어 연결되어져 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져 일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선 인간도 자연이다.
계곡에서 버스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데린구유 지하도시를 갔다. 데린구유는 지하 4 층까지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마치 개미굴 같다. 기독교인들이 평소에는 지상에서 생활하다 외부(로마) 침략 시 이곳에서 생활했다 한다. 하지만 더 먼 시절부터 지하공간을 곡식 저장소로 이용하면서 발전 되어 왔을 것이라 추측한다.
토질은 긁으면 가루로 부서지지만 공기에 노출되면 단단하게 굳는 성질이라 한다. 기독교인들의 지하 공동 묘지인 로마 카타콤베가 연상된다. 하지만 이곳은 임시 생활 공간인 탓에 주거, 학교, 곡물 저장소, 식품 가공 시설, 교회, 처형대, 시체보관소 등으로 추정되는 곳들이 있다. 또한 외적들을 방어할 함정, 공간 폐쇄용 맷돌 문, 지하도시간 연결통로 등으로 추정되는 곳들도 있다. 다양한 공간과 시설이 층을 달리하며 미로처럼 연결되었다.
터키는 한반도 면적의 약 8배 정도란다. 남한으로만 보면 약 18배 정도일 것이다. 인구는 7 천만이니 인구 밀도가 낮은 엄청나게 넓은 나라다. 안탈리아로 가는 6시간 동안 도로 주변은 교목이 땡땡이 무늬처럼 박힌 광활한 대지만 펼쳐진다. 산맥을 넘는다. 산맥은 교목들 대신해 중간 키의 침엽수로 바뀌었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도심이든 마을이든 7-8층 단독 아파트가 주종을 이룬다. 아파트 단지는 아니고 단독 건물들의 집합이다. 유리창은 마음의 창이라 하여 청결에 세심한 신경을 쓴단다. 살펴보니 창문 유리는 모두 반짝반짝 빛난다. 주거지 뿐만 아니라 모든 건물의 창들이 빛난다. 혹 가다 그렇지 않은 창이 있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 한다. 재미 있는 말이다.
안탈리아는 지중해 항구 도시다. 코발트 색 바다, 해안 절벽, 붉은 기와 지붕들. 전형적인 지중해 풍경이다. 고온 다습한 우리 여름 기후와 같다. 볼만한 유적이 별로 없지만 히드리아스의 문과 카라일리오올루 공원 사이는 펜션, 음식점, 카페트 및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딱 인사동 분위기다. 저녁식사 전 여행 책자에서 본 기념품 가게를 헤매다 결국 찾지 못했다. 다른 상점에서 접시를 사고 피곤하여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왔다. 아들은 터키식 요구르트인 ‘아이란’ 을 과식한 탓에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안탈리아에서 파묵칼레로 가다 보면 소금 호수가 나온다. 지도에도 나올 만큼 넓어 보였다. 물은 맑고 깨끗하다.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몇몇 현지인 가족들이 캠핑를 하며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낙타처럼 생긴 낙타 아저씨가 호객한다. 인당 일불이란다. 타고 내리려면 낙타가 앞발을 구부려 등을 낮추어야 한다. 엎드릴 때 무릎이 아픈지 구부리지 않으려 한다. 우리에겐 추억이 되었으나 낙타가 맘에 걸렸다.
파묵칼레. 목화성 (Cotton Castle) 이라 뜻이다. 석회붕은 칼슘과 중탄산염이 함유된 온천이 수세기에 걸쳐 산 봉우리부터 흘러내리며 계단식의 자연 수영장 모습이 되었는데, 이 모양이 솜을 쌓아놓은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불려진 이름으로 터키의 절경 중의 하나다. 주위의 어느 곳이나 목화밭을 볼 수 있듯이 이곳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면직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파묵칼레에 버스가 접근하자 벌거숭이 산에 일부가 하얗케 보인다. 카파도키아의 웅대한 절경을 먼저 본 탓인지 왜소하게 보인다. 로마시절부터 온천으로 유명하여 황제도 오곤 했단다. 하얗게 석회 처리된 가랭이 논들처럼 보인다. 수량이 부족하여 구획 별로 돌려가며 온수를 채운단다. 물이 채워진 곳 중 일부분은 관광객들 접근이 가능토록 개방되어져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을 벗고 떼를 지어 오가며 동선이 엉킨다.
히에라폴리스. 유명 온천지이기에 도시도 세워졌단다. 히에라폴리스는 파묵칼레 위 산등성이에 세워져 있다. 그 당시 도시의 필수 구성 요소는 원형 극장이었다. 도시의 인구수는 원형극장의 수용인원에 10 배로 추정할 수 있다는 데 이곳 원형극장이 일만명 정도이니 히에라폴리스 인구수는 약 10 만명 정도로 추정한단다. 원형 극장만이 그런대로 옛 모습을 모여주고 있고 교회, 공중목욕탕, 신전 등은 잔해만 남아있다.
아래쪽 파묵칼레로 부터 이곳 산등성이 좌우 길로 관광객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내려간다. 서양인이 대부분이다. 한결같이 수영복 차림이다. 아마 근처에 있는 묵고 있는 호텔에서 수영을 하다 오는 듯 하다. 폐허가 된 유적, 뜨거운 햇볕, 반나의 사람들...
파묵칼레 아래 형성된 호텔촌의 한 호텔에서 수영과 온천욕을 했다. 말이 온천이지 수온은 낮고 수질도 보통 물과 별만 다르지 않다. 수시로 정전되고 몰래 사진을 찍는 파파라치가 설쳤지만, 저녁 카페에서 대구 총각들과 커피와 맥주를 들며 나눈 대화는 싱그러운 여유였다.
터키 특산품 중 하나인 가죽제품을 파는 상점을 들렸다. 매장을 보기 전 특이하게 패션쇼를 한다. 멋쟁이 선남선녀가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판매할 다양한 가죽의류를 입고 워킹을 한다. 끝 무렵 한 여 모델이 다가와 내 손을 끈다. 얼떨결에 끌려가니 무대 뒤 의상실에서 다양한 색상의 가죽으로 패치한 큼지막한 코트를 입히고 모자까지 씌운다. 음악에 맞춰 모델들과 워킹하려니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즐거웠다. 문득 마주친 여 모델의 무표정에 갑자기 흥이 깨인다. 나중에 일행이 찍은 사진들을 보니 재미있었다.
에페소. 1세기 때만 해도 번창한 항구였으나 흙이 씻겨 내려와 지금은 내륙이 되어버렸다. 에페소는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다가 알렉산더 대왕의 입성으로 해방되었다. 성지순례의 필수 코스인 에페소에는 터키 최고의 가치 있는 유적들이 분포되어 있다. 원형이 손상된 유적들에서 옛 영화를 상상해야 한다. 회랑과 중규모 극장모양의 집회공간, 한 벽면만 온전한 셀수스 도서관, 하드리아누스 신전, 대극장, 항구시장 등이 규모가 큰 도시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타조라 불렀던 가이드는 듬성듬성한 머리에 엉성한 옷 차림, 특이한 말투로 인해 첫 인상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해박한 전문 지식과 끝까지 웃음을 잃지않는 원만한 진행으로 보기와는 딴판인 프로페셔널한 가이드였다.
쿠사다시. 에페소 배후도시이자 에게해 휴양도시다. 해안에는 휴양호텔, 음식점, 카페들로 가득하고 해안에는 요트들과 멀리 대형 크루즈도 보인다. 에페소 유적을 보기 위해 대형 크루즈가 들어 온단다. 따가운 햇살 아래 하늘은 쾌청하고 바다는 짙푸르다. 습도는 낮아 기분이 좋다. 저녁에 20분쯤 걸어 중심지에 갔다. 밤의 휴양지는 사람도 많고 활기차다. 기념품 가게도 여기저기 있다. 보기도 하고 흥정도 했다. 오는 길에 카페에 않아 커피와 맥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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