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읽기 116

월든 (1854)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저 / 강승영 역 (1993)

1845년 소로우는 문명을 등지고 미국 동북부에 있는 월든 호수로 와서, 인습에 구애받지 않는 소박하고 원시적인 삶을 2년간 실험했다. 이 책은 모험기이기도 하지만 세밀하고 치밀한 자연묘사는 문학을 넘어 과학자의 경지를 엿보게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서로서 참다운 인간의 길, 자유로운 인간의 길은 무엇인가를 끝없이 물으며 그 길을 찾아가는 소로우의 구도자적인 모습이 무척 좋다. 이하는 그가 한 말들이다. ---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

FEEL/읽기 2025.03.28

슬픈 열대 (1955) / 레비-스트로스 저 / 박옥줄 역 (1998)

이 책은 레비 스트로스가 여행을 떠나게 된 과정,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부족들을 관찰한 내용, 아시아를 관찰한 내용, 유럽으로 돌아오는 내용을 다룬 기행문이다. 그는 1930년대의 관찰 경험을 20년이 지난 후에 저술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의미도 모르는 채 지구 끝까지 경험을 추구하러 넋을 잃고 다녔다고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서양 문명, 원시 사회, 동양 문명의 공통점을 분석하고자 하며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 사유를 거부한다. 그는 서양의 발전된 문명에도 그리고 원시부족들의 문명에도 동양의 문명에도 긍정 혹은 부정의 표현을 일절하지 않는다.  백인들은 원주민들이 동물이기를 바랐지만, 원주민들는 백인들이 신들은 아닐 거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양편이 모두 마찬가지로 무지하였으나, 그래도..

FEEL/읽기 2025.01.20

불평등의 대가 (2012) / 조지프 스티클리츠 저 / 이순희 역

재산의 공동소유를 통해 만인의 평등을 기치로 일어선 공산주의도 결국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극복하지 못한채 스스로 붕괴되었듯이 인류 역사상 불평등은 언제나 있어 왔다. 하지만 심각한 불평등은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악화시켜  사회의 결속을 해치고 사회 불안정을 초래하여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과도한 지대 추구, 금융권의 약탈적 대출, 시장의 왜곡, 세계화의 부작용을 방관하는 정치는 제 일을 못하고 있다. 경제 위기때마다 중하위 계층들이 희생양이 되는 미국은 모든 법과 규칙이 상위 1퍼센트를 위한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의 나라가 되었다. 2002~2007년 상위 1퍼센트가 국민소득의 65퍼센트 이상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만 문제는 갈수록 더 심화되고..

FEEL/읽기 2024.10.23

치팅컬쳐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2004) / 데이비드 켈러한 저 / 김미경 역

속임수는 인간 사회라면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해왔다.  1980년대 미국사회의 도덕성 실추라고 하면 범죄, 마약, 혼전 섹스, 이혼에 국한되었으나 이제는 탐욕, 시기, 물질주의, 불평등에서 대두 되고 있다.  자유방임주의에 힘입어 시장에서 자유로웠던 분야에서도 돈과 손익계산을 중시하게 되었고, 미국인들 사이의 소득 격차가 급증하면서 수익과 성공만이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 되고 공정성은 내팽개쳐지고 있다. 또한 심판으로서의 정부 능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국민 가치관이 개인주위와 이기주의로 변모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사회현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하려 들고 있다. 거기에 규제와 감시가 소홀해지고, 곳곳에 침투한 부패가 자신에게 불리..

FEEL/읽기 2024.06.07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2005) / 테리 번햄 저 / 서은숙 역

우리 뇌는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풀도록 설계되지만 현대 사회는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돈을 잃게 만드는 우리의 뇌를 이해해야 한다. 도마뱀의 뇌란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시적이고, 때론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말한다. 우리는 뛰어난 분석력을 갖춘 전두엽 피질을 갖고 있지만, 제멋대로에다 강력하기도 한 도마뱀의 뇌를 지니고 있다.  개인의 비합리성으로는 손실 앞에 자존심 내세우기,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하기, 비논리적 시장에서 논리적인 패턴을 찾기 등을 들 수 있다. 효율시장가설이란 시장이 개인의 비합리성을 제거한다는 아름다운 이론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버블과 붕괴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욕망과 두려움에 ..

FEEL/읽기 2024.05.16

역사의 풍경 (2002) / 존 루이스 개디스 저 / 강규형 역

역사가가 세상에 제공하는 이미지는 백미러로 보이는 이미지일뿐 미래를 예측하지는 않는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를 쓴 목적은 역사의 일반화, 즉 과거를 압축하고 추출하는 행위였다. 후견인이 역사를 빨리 터득할 수 있도록 개인의 경험을 넓힐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의 압축이었다. 과거를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확실한 가이드가 아니다. 그것의 목적은 경험을 확대함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 힘, 지혜를 증가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역사는 획득한 능력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진보이기도 하다. 역사 진실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도 성장 과정의 일부이며, 스스로 어느 것을 선택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시대를 넘어 일반화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추상화다. 역사가는 있는..

FEEL/읽기 2024.04.12

에브리맨 (2006) / 필립 로스 저 / 정영목 역

세번 이혼 한 남자가 외롭게 병들어 죽어 가는 보통사람 (에브리맨)의 회한어린 얘기다. 그는 광고업계에서 은퇴하고 해변가 은퇴 마을에서 그림교실을 열었다. 다른 사람들과 만족스럽게 접촉하려 함이었고 같은 이유로 열명 정도의 노인들이 참여했다. 매주 명랑한 분위기에서 만났음에도, 대화는 어김없이 병과 건강문제로 흘러갔다. 그 나이가 되면 그들의 개인 이력이란 의학적 이력이었으며 의학적 정보교환이 다른 모든 일을 밀쳐냈다. 한때 헌신보다는 비행과 실수로 더 유명했던 남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계속 혼자 감당해 나가야 할 상황이다. 뭔지 모르고 한 첫번째 결혼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번째 결혼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쓸모 있는 두번째 아내를 아주 약한 압력에도 부서져버리는 아내로 바꾸어버린 크나큰 실수를 했다. ..

FEEL/읽기 2024.03.15

파친코 (2017) / 이민진 저 / 신승미 역

주인공 선자는 일제 식민지 시절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잘못하여 혼전 임신을 한다. 죽어가던 목사를 살리고 결혼해 일본 오사카로 간다. 그곳 조선인 빈민가에서 남편을 잃고 갖은 고생을 다하며 두 아들을 바르게 키운다. 첩으로 쉽게 살 수도 있었지만 부모님이 늘상 말하듯 올바르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꺾지않았다. 아무리 능력 있어도 재일 조선인으로 할 수 있는 버젓한 직업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조선인들이 진출한 파친코 업계만이 들어 갈 수 있었지만 파친코는 야쿠자와 연관된 나쁜 사업이라는 사회인식이 있었다. 일본인 중 편견이 없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일본 사회는 조직적으로 배타적이어서 비집고 들어 갈 틈을 주지않았다. 일본에서 낳고 자라도 그들을 끝까지 외국인으로 취급 당했고 모국에 가면 일본인 취급..

FEEL/읽기 2024.03.07

화두 (1994) / 최인훈 저

화두란 참선 수행을 위한 실마리로 관심을 두어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만한 것을 말한다. 그의 화두는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말로 표현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연결되어 있다. 중학교 시절 학교신문에 게재한 글로 인해 지도원 선생님 앞에서 했던 자아비판회 사건 과 교과서에 실린 낙동강의 감상문이 작문 선생님에게 크게 칭찬받았던 일에서 느낀 감정이 그의 삶에서 언제나 따라다닌 화두였다. 이데올로기와 문학이 겹쳐진 그의 시대적 화두는 역사를 이해하는 원동력이 되고 글로 풀어내는 모티브가 된다. 문인이라는 인연으로 이데올로기의 한 축인 미국을 여러번 가게 되고 이민간 가족들과 재회하고 생활하며 이민을 고려해 보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군사 독재라는 비민주적 상황에 전쟁 위험이 여전히 있었고 반면에 미..

FEEL/읽기 2024.02.24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 (1854) / 에두아르트 한슬리크 저

감정 표현은 음악의 내용이 아니다. 특정한 감정이란 구체적인 표상과 개념에서 분리될 수 없는데, 음악은 개념을 형상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악은 그저 감정의 역동성을 표현할 뿐이다. 한슬리크는 음악의 본질적인 것은 지금 울리고 있는 음악적 형상 자체이지 그 외 어떤 것일 수 없으며, 음들의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내는 형상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그것이 바로 음악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라고 한다. 음악의 원래 요소는 듣기 좋은 소리이며 음악의 본질은 리듬이다. 작곡가들은 풍부한 재료를 사용하여 작곡을 하는데, 재료란 다양한 선율, 화성, 리듬화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닌 전체 음들을 말한다. 여기에 다양한 음색의 매력이 가세된다. 모든 예술의 목표는 예술가의 환상 속에 생동하게 된 이념을 외적으로 현..

FEEL/읽기 202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