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읽기

화두 (1994) / 최인훈 저

felixwoo 2024. 2. 24. 18:45

화두란 참선 수행을 위한 실마리로 관심을 두어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만한 것을 말한다. 그의 화두는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말로 표현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연결되어 있다. 중학교 시절 학교신문에 게재한 글로 인해 지도원 선생님 앞에서 했던 자아비판회 사건 과 교과서에 실린 낙동강의 감상문이 작문 선생님에게 크게 칭찬받았던 일에서 느낀 감정이 그의 삶에서 언제나 따라다닌 화두였다.

 

이데올로기와 문학이 겹쳐진 그의 시대적 화두는 역사를 이해하는 원동력이 되고 글로 풀어내는 모티브가 된다. 문인이라는 인연으로 이데올로기의 한 축인 미국을 여러번 가게 되고 이민간 가족들과 재회하고 생활하며 이민을 고려해 보기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군사 독재라는 비민주적 상황에 전쟁 위험이 여전히 있었고 반면에 미국은 풍요로운데다 일한 만큼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이상적인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 축인 개방된 러시아를 여행하며 노예의 나라에서 러시아로 망명한 낙동강의 작가 조명희의 의식 흐름을 따라가 보기도 한다. 대의를 따라 간 소련은 그에게 죽음을 주었고 이제는 활기 없는 회색 러시아가 되어 있었다.    

 

식민지 해방 시절 보통학교를 H시 (그의 고향 회령으로 추정)에서 마치고 W시 (원산시로 추정) 로 이사하여 소련군이 진군한 조선인민공화국 시절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625전쟁이 터지자 가족과 함께 부산으로 월남하였고 그 후 가족은 그만 남겨두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419, 516, 유신, 광주 라는 우리 역사적 사건과 독일 통일, 소련 해체라는 세계사의 이데올로기 격변 시기를 겪으며 자신을 항상 지배해 왔던 화두에 대해 묻고 답하기를 계속한다.

 

장소에 대한 정밀하고 서술적인 묘사는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하고 시재를 넘나드는 의식 흐름은 작가로서의 시대적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향이 가득 배어있는 표현은 글쓰기의 정석 같고 밀도 높은 사색은 사유의 경계가 끝이 없음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그의 화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