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이 책을 읽기 전 그에 관한 나의 지식 조각들. 장길산, 객주, 친북, 좌경, 월북, 해외도피, 구속... 부정적인 선입관 나열이었다. 하나 책을 읽으며 그가 타고난 이야기 꾼 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 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무법, 성차별, 인권유린 사회상을 보여줬다. 무척 충격적이었다. 미국은 소련하의 아프카니스탄 독립을 전략적으로 지원하였다. 하지만 늑대(소련)를 쫓고 범(탈레반)을 불러들인 꼴이 되었다. 미국은 탈레반 정부를 9.11 테러 집단의 보호자로 지목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였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미국인들에겐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가 무척이나 궁금했을 것이다. 이러한 목마름을 해소시켜준 게 이 책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이 미국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를 한 연유도 거기에 있으리라 짐작된다.
바리데기를 통해 북한의 현실도 아프가니스탄보다 덜 하지 않은 사회임을 알았다. 아니 더욱 충격적이다. 굶주림, 헐벗음도 두렵지만 권력자의 임의대로 해석하고 판결하는 인권이 없는 불안한 사회는 무섭기까지 하다. 가족의 해체를 당이 명령한다. 북한 주민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북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메세지를 준다. 우리 민족이고 같은 사람들인데... 황석영씨가 왜 월북을 했는지, 해야만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에 대한 선입관이 바뀌었다.
바리떼기의 인생역정은 북한에 국한되지 않는다. 막장에서 확실성보다는 불확실성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변방 국가의 불법 이민자들. 북한인, 중국인, 파키스탄인, 아프가니스탄인, 있는 자들의 무관심, 9.11 테러, 이스람교도, 아프가니스탄 침공, 런던 버스 테러. 보려 하면 세상엔 많은 혼란이 보인다.
바리데기는 남한 사람들이 가진 상대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북한 사람들에게 신세를 진다. 민주주의 체제가 공산주의보다 낫고 결국 러시와와 동구 공산주의는 붕괴되었다. 하나 민주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 구성원간 과도한 빈부 차이는 문제점이다. 일하려는 사람에게 일이 주어지고 적정 임금도 보장되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나는 좋다.
굳모닝 생명수
( yes24에 있는 줄거리와 내용)
전통설화에서 ‘바리데기’는 오귀대왕의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 버려진다. 병든 부모가 약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나머지 딸들은 약을 구해올 것을 거절하자 바리데기는 저 세상까지 가 온갖 고생 끝에 서천의 영약(생명수)을 구해 죽은 부모를 살린다. 고단한 삶을 넘어 영생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가, 시련을 극복한 효녀의 성취담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후 바리데기는 사자(死者)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구신으로서 무당의 원형으로 받들어지기도 한다.
주인공은 북한 청진에서 지방 관료의 일곱 딸 중 막내로 태어난다. 아들을 간절히 원했던 부모에 의해 숲 속에 버려지지만, 풍산개 ‘흰둥이’가 다시 데려다 놓는다. 버린 아이라고 ‘바리’라는 이름을 얻은 주인공은 심하게 앓고 난 뒤부터 영혼, 귀신, 짐승, 벙어리 등과도 소통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소련이 무너지고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북한의 정치경제는 급속히 나빠지고 기근과 홍수로 죽는 이들이 늘어난다. 중국과 무역업을 하던 외삼촌은 결손이 나자 몰래 탈북해 남한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린다. 외삼촌 때문에 아버지는 모진 고초를 당하고, 어머니와 언니들도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면서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바리는 조선족 ‘소룡 아저씨’의 도움으로 할머니, ‘현이’ 언니, ‘칠성이’(흰둥이 새끼로 영혼들을 만나는 데 안내자 역할을 하는 개)와 두만강을 건넌 뒤 아버지와 재회한다. 현이가 얼어 죽고 가족을 찾으러 떠난 아버지는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할머니까지 죽게 된다. 바리 역시 북으로 들어가 식구들을 찾아보려 하지만, 굶어 죽었거나 죽어가는 사람, 귀신들만을 목격하고 산불로 칠성이마저 잃고서 혼자가 된다.
이후 바리는 연길의 발 마사지 업소에 취직해 안마를 배운다. 바리는 얼굴과 발만 봐도 그 사람의 삶아온 이력이나 아픈 곳을 꿰뚫는 신통력을 발휘해서 치료한다. 동료 ‘샹’ 부부가 따롄(大蓮)에 안마업소를 개업해 동행하지만, 결국 빚 때문에 샹과 함께 팔려 밀항선을 타게 된다. 주인공은 한 달 이상을 밀항선에 갇혀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인신매매단의 매질과 성폭력, 굶주림이 난무하는 처참한 상황을 겪는다. 밀항선 대목은 전율이 느껴질 만큼 인상적인데 이승과 저승,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전개가 생생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실과 환상의 교차가 이처럼 자연스럽고 강렬하게 묘사되는 지점은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작가의 내공과 저력을 느낄 만큼 명장면에 해당한다.
생지옥을 겪고 런던에 도착한 뒤 샹은 성매매 업소에 팔려가고, 바리는 식당일을 하다가 발 마사지 업소에 취직한다. 빈민가 연립에서 살게 된 바리는 건물을 관리하는 파키스탄인이자 무슬림인 ‘압둘’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알리’를 만나게 된다. 마사지 단골인 ‘사라’의 소개로 바리는 상류층 부인 ‘에밀리’의 집으로 출장 마사지를 나가게 된다. 신통력으로 에밀리의 과거사와 이민족 역사를 알게 되고, 영매로서 서로의 능력을 알아본 에밀리와 바리는 가까워진다.
한편 압둘 할아버지 도움으로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숨어지내는 동안 바리와 알리는 가까워진다. 알리와 결혼해 안정기에 접어들지만 9.11 테러와 아프간 전쟁이 터진다. 무슬림이 설자리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알리의 동생 ‘우스만’은 가족 몰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동생을 데려오기 위해 알리 역시 파키스탄으로 떠나면서 긴 이별이 시작되고, 바리는 딸 ‘홀리야 순이’를 출산한다. 그녀는 시공을 초월해 영혼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스만이 죽은 사실과 알리가 꾸바 관따나모 수용소에서 모진 고생을 한다는 것을 느낀다.
딸 홀리야는 돌을 넘길 무렵 샹의 잘못으로 숨지게 된다. 그간 숱한 시련을 이겨낸 주인공도 이 커다란 절망 앞에서는 식음을 전폐하게 된다. 꿈과 현실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죽은 할머니와 칠성이의 안내로 생명수를 구하고자 서천 길로 떠난다. 현실과는 비교도 안되게 험난한 여정 끝에 무쇠성을 지나고 마왕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모든 원혼들과 대면하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해원(解寃)해주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간신히 몸과 마음을 추스른 바리는 오랜 포로생활 끝에 귀환한 알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고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절망을 딛고 희망과 구원의 생명수를 찾는다.
바리데기 (2007) 황석영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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