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일상

나와 아들

felixwoo 2012. 2. 16. 13:01

 

oil on canvas 409 X 318mm (6F)

 

마음에 여유가 없던 회사생활 중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언제나 있었다.

 

1992년 봄에 아들과 찍은 사진을 유화로 그리고 싶었다. 붓을 들었다. 그리다 붓을 놓았다. 의도했던 감흥도 감정도 전혀 표현할 수 없었다. 실제와 닮지도 않았지만 나이보다 더 먼저간 나의 노숙함, 아들의 생기 발랄함. 부자간의 밀착된 감정, 물씬 풍기는 봄 내음. 뭐 하나 제대로 묻어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십 수년이 지났다.

 

유화를 시작하며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몇 점 모작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맞다. 모작을 하다 보면 느끼는 게 많다. 화가라는 사람들이 낭만적이어서 설렁설렁 대충 사는 듯 생각되지만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치밀함, 섬세함, 과학적인 면을 발견하고는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이 미학 이론이나 과학을 많이 접하지는 않았으리라. 수많은 시행 착오와 창작을 통해 경험적으로 통달했을 것이다. 예전엔 느낄 수 없었던 존경스러움이 우러나온다.

 

십 수년 전에 그리다만 내 미완성 작품을 다시 이젤에 올렸다. 내 얼굴 하나 그리는데 일주일 내내 걸렸다. 맘에는 안 들었지만 형태는 비슷하고 그러다 보니 조로(?)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아들 얼굴은 자신이 없었다. 유화 강사와 주위에서 내 얼굴을 잘 그렸다고 했다. 아마 비슷한 탓이라 생각했다. 강사가 아들 얼굴의 바탕을 그렸다. 너무 미끈한 게 내 얼굴과는 조화롭지도 않고 원래 전체 스케치가 잘못 된 듯했다. 다시 스케치했다. 유화 책을 재독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내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고치고 또 고쳤다.

 

올해 시작해서 그린 유화 첫 창작품이다. 사진은 실제 그림보다 바래보이고 흐리멍텅하게 보인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마음에 들고 배운 것이 많은 작품이다. 은퇴가 준 선물이기도 하다. 작가 서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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