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충곡서원을 찾은 건 무성한 배롱나무 꽃을 보기 위함이다. 1692년 지방유림이 사육신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했다. 들어가면 여러 채의 서원이 보이고 여기저기 몇 백년 수령이 됨 즉 한 커다란 배롱나무들의 꽃이 만개하였다. 배롱나무 꽃은 특이하게 한 여름에 핀다. 사찰 마당마다 이 나무들이 있어 부처나무라고도 한다. 안쪽 담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위폐를 모신 사당(충곡사)이 있다.
은진미륵은 어릴 적 교과서에 사진과 함께 실려 있었다. 그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새삼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촉사란 절 이름도 생소하다. 큰 절 치고는 큰 길 바로 옆에 있었다. 반야산 기슭이다. 몇 단계 계단을 가파르게 올라야 대광명전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낯 익은 은진미륵이 서있다. 은진미륵 후면으로 바위들이 병풍처럼 멋지게 둘러져 있다.
은진미륵 (석조미륵보살 입상)은 968년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석불이다. 균형미는 없으나 고려시대의 향토적 힘이 강하게 나타난다. 얼굴은 넙적하고 눈이 크며 두터운 입술 그리고 크고 뭉툭한 손 등은 이 일대에서 성행했던 미륵신앙의 일면을 보여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바위가 갑자기 솟아오르자 불사를 했는데 이 바위가 은진미륵 허리 아래 부분이 되었다.
윤증고택이 있는 마을은 조선시대의 정치 및 학계의 중심 인물들이 많이 모여 살 던 곳으로 ‘충청도 양반’의 본거지였다. 주변으로 향교와 궐리사 (공자 사당) 들이 있어 충청도의 유학을 이끌어 가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향촌 사대부 집의 전형적인 전통건물이다. 앞에 조성된 연못의 섬에는 커다란 배롱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건물 입구에도 고목 배롱나무들이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후손들이 살고 있어 고택 일부만 볼 수 있다. 댓글에서 보듯 후손들이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많나 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후손과 관람객 사이에 많은 신경전이 있었다. 서로 불만을 토로한다. 후손들이 기거하는 문화재에 적절한 사회적 타협점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뒷산 청설모는 힘차게 재롱을 떤다.
이십 여년 전 송광사 대웅전 앞 커다란 배롱나무의 꽃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충곡서원, 윤증고택에는 배롱나무 가 산재해 있고 크고 아름다웠다. ‘멋진 배롱나무 꽃을 보려면 논산으로 가라’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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