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연천) 임진강 뎁싸리공원 그리고 호로고루

felixwoo 2021. 9. 15. 19:15

어릴 적 아버지가 마당에 핀 식물을 가지고 마당비를 만드신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형태로 봤을 때 뎁싸리 아닌가 여겨진다. 처음부터 타원형으로 둥글둥글한 귀여운 모습으로 큰다. 다 자라 빵빵해지고 녹색이 울긋불긋하게 변하면 오랫만에 화려한 치장을 한 맏며느리 자태다.

 

임진강변에 크게 터를 잡아 뎁싸리를 심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몽실몽실한 뎁싸리 군락은 마치 푹신푹신한 매트리스 느낌을 준다. 지금은 녹색으로 단순하지만 대신 눈이 시원하다. 군데 군데 심어 논 황화코스모스 꽃의 황금색 화려함이 뎁싸리의 녹색과 보색을 이루어 더욱 빛난다.

 

호루고루는 고구려 성으로 나당연합군에 맞섰지만 함락되었다. 남아있는 동벽에는 적의 옆구리를 기습하기 위한 통로가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었다. 성 안에서 보면 전망대는 떼가 잘 입혀진 부드러운 구릉지로 여기가 피비린내 나는 전투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초록빛 잔디가 펼쳐진 평지 위로 두툼하게 솟아 있는 곳이 건물터와 우물터 임을 말해 준다.

 

외세를 끌어들인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해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역사는 진리도 정답도없다. 그저 사실과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 일본 강점기나 625 전쟁 때나 적 치하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부역의 죄를 물었으면, 나라를 빼았긴데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더 엄중히 죄를 물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난다. 국가권력은 살고 주어진 대로 사는 백성만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녀 온 날 :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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