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년 전에 침팬지와 갈라진 인간은 침팬지와 유전적으로 1.6% 다르지만 정교한 구강 구조에 따른 언어 습득으로 대약진을 한 후 지금의 문명을 이루었다. 하지만 인류가 지닌 폭력성이 핵 전쟁이나 환경 파괴를 초래해 몰락의 길로 갈 수도 있음을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경고한다.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려면 인간의 행동 양식을 바꾸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과거와 성향을 잘 파악한 후 그 지식을 이용해야만 한다.
현재가 절망스럽더라도 희망의 징조가 있다는 것이 20 년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생각이었다. 냉전이 완화되던 당시에는 핵 위험보다는 환경파괴를 더 우려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요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서방 세계 참여를 제지하려 핵 사용 가능성을 떠보는 푸틴을 보고 있으면 핵 위험성도 높아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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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이 탄생한 것은 수십억 년 전이다. 인간과 유전자가 98.4% 일치하는 침팬지와 보노보는 계통관계상 700만 년 전 공동 선조로부터 갈려졌다. 1.6%의 차이밖에 없는 인간을 단지 제3의 침팬지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유전자 차이가 인간을 유인원에서 멀어지게 했다.
생물학에서 생물들을 계, 문, 강, 목, 과, 속, 종으로 세부적으로 구분을 한다. 종을 구분할 때는 두 개체를 교배하여 새끼를 낳을 수 없으면 두 종은 다른 종으로 본다. 예를 들어 당나귀와 말은 다른 종인데 이들을 교배하면 노새가 탄생하지만 이 노새들은 새끼를 낳을 수 없다. 그래서 당나귀와 말은 서로 다른 종이다. 침팬지, 고릴라가 속하는 유인원과 원숭이의 외형상 큰 차이점은 꼬리의 유무다.
뒷발로 걷게 된 덕분에 우리의 선조는 앞발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다.
아프라카에서 탄생한 원인은 백만 년 전 유라시아, 5만 년 전 호주, 2만 년 전 시베리아, 1만2천 년 전 알라스카, 1만1천 년 전 아메리카로 확산하며 세계를 정복했다.
직립하는 원인은 호모하빌리스,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를 거쳐 1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마지막 아시아인 그리고 후에 크로마뇽인이 된 해부학적으로 현대인과 같은 아프리카인으로 분기되었다.
크로마뇽인은 60세쯤까지 살았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크로마뇽인의 수명이 네안데르탈인보다 20년 더 길었다는 사실이 크로마뇽인이 발전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원인의 성대에 변화가 생겨 섬세한 통제가 가능해짐으로써, 매우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 대약진의 숨겨진 요인이다. 대약진 이전의 인류 문화의 발달은 몇 백만 년이 지나도록 거북이 걸음이었다. 이처럼 발달이 느렸던 것은 유전적 속도가 늦었기 때문이다. 약진이 있은 후 문화의 발달은 더 이상 유전적 변화에 구애받지 않았다.
수컷의 몸집이 크면 싸움에 유리하기 때문에 일부다처의 경향이 있고 남성 쪽의 몸집이 큰 인간도 이 패턴과 일치한다. 보다 빈번하게 교미하는 종일수록 큰 정소를 가지며, 그 중에서도 한 마리의 암컷이 짧은 주기로 여러 수컷과 교미를 하는 종일수록 정소의 크기가 유난히 크다.
발기한 페니스의 평균 길이도 고릴라 3.2센티, 침팬지 7.6센티, 사람이 12.7센티이며 평균 성교시간도 고릴라 1분, 침팬지 7초, 보노보 15초, 인간은 4분이다. 여성은 배란이 드러나지 않고 언제나 성교가 가능하지만 생리주기 중에 임신이 가능한 시기는 28%밖에 안된다. 또한 인간은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한 섹스를 한다.
인간의 번식 행위 중 왜 배란시기를 알 수 없는가, 수정이 되지 않을 때 행하는 섹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여러 학설이 있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많은 동물에게 혼외정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 일부일처제를 지향하는 인간에게 역사상 간통만큼 살인의 원인이나 비극의 씨앗이 되었던 것은 없다. 1940년대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의 신생아들 가운데 약 5~30%는 혼외정사의 산물이라고 한다.
남녀 불평등한 간통죄의 처벌, 아내와 섹스한 후 문신 새기기, 여성의 생식기 절단 등은 인간 종에게만 있는 특유한 것이다. 인간도 다른 동물처럼 가능한한 많은 유전자를 남기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인간은 윤리적 목적을추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은 때로 번식 경쟁과 대립할 수도 있는 목표였다.
사람은 닮은 사람끼리 결혼한다. 종교, 민족, 인종, 사회 경제적 지위, 연령, 정치적 견해 등이 이에 속한다. 사실 닮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더 많지만 또 중요한 이유는 결혼을 협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6세까지의 기간이 인간의 성적 선호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이 시기에 친했던 사람들이 성의 상대로서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 결과로 근친상간의 터부로 자리잡지만 일단은 우리의 미의 기준과 이상형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왜 우리는 생존 경쟁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아름다운 얼굴에 신경을 쓰게 되었을까? 이러한 성 선택의 효과가 너무 커서 자연선택 이론은 불완전하게 되어버렸다. 유행(패션과 기호)은 유전자 변화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진화적 변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진화에 따라 여성은 많은 에너지를 자기 치유에 사용하고 남성은 투쟁에 사용하도록 되어 왔다. 자연은 번식의 종료와 죽음이 동시에 일어나도록 만들어져 왔지만 인간은 성기능이 상실된 후에도 몇 십 년 더 산다.
인간의 대약진은 음성언어의 출현이다. 유인원의 성대 구조는 인간과 달라서 우리만큼 모음과 자음을 발성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야생 유인원의 어휘는 우리만큼 풍부하지 못하다. 또한 우리는 단어를 조합하고 변형시킴으로서 유한한 단어로 무한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예술은 어떤 유용성이 없고 단지 심미적인 기쁨이나 즐거움을 위해 행해지며, 유전자가 아니라 학습에 의해 전달된다. 코끼리가 그림을 그리는 동물들의 예술은 포획 동물의 부자연스러운 행위이며 야생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농업은 진보인 동시에 악의 시초였다. 농업의 시작으로 식량 생산량이 증가하고 축척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사회적, 성적으로 커다란 불평등이 생겼고 질병, 독재 등 현대의 인류를 괴롭히는 여러가지 악의 시발점이 되었다. 평민과 엘리트 등의 계급 사회가 생기고, 여성은 노동의 노예가 됐고 빈번한 임신으로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화학물질 남용의 패러독스에 빠지는가? 즐거움, 자기 과시 이상의 알 수 없는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 되었다.
수컷 공작의 화려하고 긴 꼬리나 과시 행동은 생존에 불리하다. 자하비의 핸디캡 이론에 의하면 그런 위험한 행동은 그 신호를 내고도 살아남는 훌륭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암시이며 핸디캡이 클수록 암컷을 유인하기 좋다. 마치 여인들이 용을 무찌른 구혼자를 선택하듯이.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를 정복할 수 있던 것은 그들이 가진 양질의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세균과 발달된 기술(병기, 선박 포함), 문자에 의한 정보 축적과 정치 체제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모두 대륙 간의 지리적 조건의 차이에서 파생된 것이다.
4천 년경 유라시아 서쪽에서는 이미 양, 염소, 돼지, 젖소, 말이 사육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선 포유류가 없었고 아메리카에서도 라마를 제외하면 사육할 가축이 거의 없었다. 신세계의 문명이 인류의 근육만으로 느릿느릿 나아간 데 비해 구세계의 문명은 동물의 근육과 풍력, 수력을 이용하여 질주했다.
옥수수, 감자, 토마토, 호박을 비롯해 현재 전 세계에서 중요한 식용식물의 상당수는 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그러나 신세계의 주식 작물의 야생식물에서 잠재적 가치를 발견하기 어려웠고, 재배를 통해 발전시키기도 힘들었다.
지리는 인간을 포함해 모든 종의 생물학적, 문화적 진화의 기본 경로를 규정한다. 우리가 어떤 인간이 되는가는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규정된다. 철학에서 구조주의의 생각과 일치한다.
언어의 진화 역시 다윈의 생물 진화론처럼 유전과 분기의 과정을 밟으며 변화한다.언어의 기본 어휘는 천년마다 약 20% 변화된다고 한다.
말이 가축화되면서 스텝 민족은 5천 년 동안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결합했다. 그들은 우연히 풍부한 야생마와 넓은 평원을 가졌고, 문명 중심지인 중동과 유럽의 인접지라는 조간을 갖춘 고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훈족, 터키족, 몽골족이 유명한데, 그들은 스텝부터 동유럽에 걸친 거대하지만 역사가 짧은 제국을 연이어 구축했다.
갈등의 초점은 곧 레벤스라움(민족 생활권)에 맞추어졌다. 레벤스라움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보편적인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의 근거가 되어 왔다. 집단의 성격을 정의하는 테두리는 인종, 국가, 민족, 종교, 정치 등 여러 경우가 있다. 인간의 모든 본성 중에서도 동물의 조상에게서 가장 직접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제노사이드 의 본성이다.
단추만 누르면 되는 근대 병기는 사람을 보고 살생하는 억제력이 작용하지도 않아 얼굴을 보지도 않고 상대를 죽일 수 있게 되었다. 제노사이드를 행해도 심리적으로 감당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집단별 이분법 대신 세계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 어떤 사람을 대하든 비슷한 규칙을 적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제노사이드는 세계 공통의 규범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러한 윤리적 모순에도 수치심을 못 느끼는 '집단 살인마'들은 자신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제노사이드는 피해자와 살인자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주어 쉽게 치료되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이스터 섬의 거대한 석상은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이스터 섬은 숲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삼림 파괴로 인해 토양의 침식과 산성화로 작물의 수확량이 줄었고 카누용 목재가 부족해져 어로 식량원이 사라졌다. 그 결과 섬이 지탱할 수 있는 인구수가 넘어서자 사회는 붕괴되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문명이 탄생할 당시에는 나무가 무성한 언덕과 비옥한 계곡이 어울어진 싱싱한 토지였다. 수천 년에 걸친 산림 벌채와 지나친 방목, 토지의 산성화와 침식, 폐기물로 인한 계곡의 침식으로 서양 문명의 고향은 오늘날 대부분 건조한 황야로 변했다.
페트라는 떡갈나무와 피스타치오가 아주 많은 산림지대였다. 로마와 비잔틴 제국 시대에 이르러 수목의 대부분이 잘려나갔고 주위 토양은 나무가 없는 광활한 초원이 되어벼렸다. 염소의 무분별한 방목은 초원마져 황량한 황무지로 만들었다.
문명의 역사에서 파국은 단기적으로 왕과 야만족의 침입을 자주 강조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산림 파괴나 토양 침식 쪽이 인류 역사를 형성하는데 훨씬 중요한 부분이다.
인구가 늘면 남획, 도입종, 서식지 파괴, 파급효과 등 으로 종들이 멸종에 내몰린다. 열대 우림은 지구 표면의 6%를 덮고 있지만 지구상 종의 반쯤이 살고 있을 정도로 생물학적으로 풍요로운 곳이다.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 많은 종에 기대어 살아간다. 인간에게 필요한 종들도 역시 다른 종들에 의존해서 살고 있기에 모든 종이 소중하다.
인간의 흥망을 좌우하는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 해결도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길 기다릴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실한 환경보호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국가가 더 많이 늘어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은 환경보호 조직에 약간의 기부만으로도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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