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아기자기하고 세세한 맛은 덜하지만 거칠고 넓은 게 매력이다. 지금은 수레국화 축제 기간이지만 절정이 지났는지 한가하다. 수레국화의 꽃잎 하나를 자세히 보면 끝으로 넓어지며 4-6 개의 삐죽한 돌기가 있다. 꽃 모양이 패랭이 같기도 하고 나치 훈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군데 군데 조성된 수레국화 정원을 즐기며 외곽 길을 따라 대규모 식재지가 있는 카페 그라스로 갔다. 수레국화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만개 시기를 지나 반은 남색이 감도는 푸른색으로 피어있고 반은 형체만을 남긴 채 누렇게 말라있다. 전체적으로 누르스름한 풀밭이지만 푸른 빛이 희미하게 나타난다고 할까. 그렇게 강인했던 청보리도 이제는 누렇고 날카로운 박제로 변했다. 살면서 허해지지 않으려면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를 둬야 하듯 이것도 나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