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연휴에 첫날이라 그런지 경부고속도로는 통과하는 나들목 마다 밀린다. 그나마 새로 개통된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뻥 뚫려 시원하다.
대학원 시절에 교수님과 MT로 온 적이 있고 아내는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왔다 한다. 둘 다 오래된 얘기들이다. 아들은 초행이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엔 말티고개가 인상 깊다. 아슬아슬한 갈지자 도로에서 버스가 거의 180도 코너를 돌 때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좌로 우로 쏠렸다. 승객들은 재미 반 공포 반으로 '으아' 하고 비명을 질렀다. 버스의 높은 좌석에서 보면 창 밖 급경사 밑으로 포개어진 길들이 아득하게 보였다. 정말 무서웠다. 지금 승용차로 말티재를 넘으니 싱겁다.
법주사는 신라시대 때 처음 법등을 밝힌 미륵신앙의 요람이다. 연휴에 부처님 오신 날이 일주일 남았지만 법주사는 적당히 붐볐다. 사천왕문을 지나 법주사 경내에 들어섰다. 멀리 금동여래 대불, 팔상전 꼭대기 지붕이 보인다. 팔상전, 석연지, 쌍사자 석등은 국보라 한다. 철당간지주, 석연지, 쌍사자 석등을 거쳐 팔상전에 이른다.
팔상전은 5층 목탑이다. 내부는 개방되었다. 안으로 들어가 일년등을 보시하니 보살이 종이 연꽃을 준다. 내부를 둘러 보았다. 팔상전은 장방형이다. 네 귀퉁이에 키가 큰 굵은 기둥으로 중심 사각 (core)을 만들고 부처가 태어나서 열반에 들 때까지의 8개의 그림으로 설명한 팔상도를 동서남북에 두 점씩 그려 놓고 각 방향마다 부처님을 봉양하였다. 한 바퀴를 돌면 'ㅁ'자로 움직이게 된다. 대웅보전, 삼성각, 명부전을 거쳐 금동미륵 대불로 갔다.
법주사에 오면 제일 먼저 눈에 뛰는 건 우뚝 솟은 금동미륵 대불이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과거 그 모습이 아니다. 기억 속의 대불은 다른 사찰에서 봤나? 순간 머리가 혼란하다. 회색 빛에 갓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대불 기단에서 풀렸다. 사진 3점이 있었다. 콘크리트로 짓다 만 사진, 콘크리트로 완성된 모습, 그리고 현재의 모습. 내가 과거에 본 것은 두번째였다.
절의 서쪽 쪽문으로 거다란 암석과 조화로운 나무들이 보인다. 마애여래가 암석에 새겨져 있다.
사찰을 나오면서 정이품송에 들렀다. 일부는 부러지고 일부는 지지대로 지탱되고 있다.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지만 끝이 보이는 듯 하다. 장수한다고 했지만 영생은 아니었다. 모든 게 허하단 생각이 스치다. 세상에 자비가 가득하기를..
사천왕문
금동미륵대불
석연지
쌍등사자 석등
팔상전
금동미륵대불에서 본 사찰
금동미륵대불 발아래 연꽃
마애여래 상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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