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피터는 몇 년 전 가게에서 물건을 슬쩍한 일이 있다. 40달러짜리 보르도산 와인이었다. 피터에게 병적 도벽의 징후가 있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은 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친구 맥스는 현재 뉴욕시에 거주하는 데도 이전 거주지인 코네티컷에 세금을 냈다.
뉴욕시의 살인적인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그는 약 3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맥스의 그런 행동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을까. 거의 없었다. 친구들은 법률상의 주소를 계속 코네티컷으로 해둔 맥스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좀도둑질은 경범죄다. 탈세는 감옥에도 갈 수 있는 중대 범죄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피터가 아니라 맥스다. 정말 그럴까. 이 문제는 오늘날 우리의 도덕 수준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난해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치팅 컬처(Cheating Culture·속임수 문화)’, 즉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사회문화의 실태를 생생하게 규명,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금융뿐 아니라 정치·법조·의료·스포츠·학계 등 각계각층에 걸쳐 속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치팅 컬처’의 현상을 낱낱이 들춰내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그 같은 속임수 문화를 부추기는 것은 ‘승자 독식’의 사회구조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게임의 법칙이 ‘무슨 수를 쓰든’ 이겨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무슨 수’에는 온갖 편법과 탈법, 거짓과 사기가 포함된다. ‘너도 하니 나도 한다’는 생각에서부터 그 같은 속임수를 쓰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고 마는 사회구조가 이를 용인할뿐더러 조장하기까지 한다. 아울러 1990년대 들어 미국을 완전히 장악한 시장만능주의는 부와 높은 지위, 사치스러운 생활에 대한 유혹을 훨씬 강렬한 것으로 만들었다. “선한 삶에 대한 열망은 물질만능주의로 변질됐으며, 포부는 시기심으로 대체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속임수는 출발선에서부터 시작된다.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선 일류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중등 과정의 성적이 좋아야 한다. 출발선에서부터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스스로 속이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내려받아 리포트를 제출하는 것은 기본이고, 시험에서도 온갖 술수가 동원된다. 저자가 펼쳐보이는 미국 명문 고등학교의 치열한 ‘속임수 경쟁’은 놀랍기 그지없다. 한국 학교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훨씬 더 노골적이고 비열하다. 그야말로 이기기 위해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엔 당연히 부모들의 ‘지원 사격’도 포함된다.
학창 시절부터 부정행위로 성적을 올린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도 편법을 당연시하게 된다. 법망을 빠져나가는 기술은 보다 정교해지고, 얼굴은 한결 두꺼워진다. 속임수를 쓰지 못하는 사람은 오히려 무능력자로 찍히기 마련이다. 신참 변호사나 의사들이 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의 유수 증권사와 투자 자문회사에 자리잡은 이들은 기를 쓰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은다. 당연히 투자자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과 회사의 이익이 우선이다. 미국 사회에서 숱하게 터져나온 기업비리의 역사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탈세는 기본이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갈수록 교묘한 방법을 동원, 탈세를 자행한다고 저자는 고발한다. 미국 국세청이 지난 2002년 집계한 바에 따르면, 납세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이 250만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의사, 변호사, 부유한 전문직 종사자 등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미국 부동산업계의 거물 레오나 헴슬리는 “세금을 많이 내겠다”고 말을 건넨 가정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세금 같은 거 안 내. 하찮은 사람들이나 세금을 내지.”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 승자가 되면 정치권력도 장악할 수 있다. 미국 정치에서 ‘부자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연히 ‘세금 따위는’ 안 내도 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은 정직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소박한 꿈을 꾸면서 살아가는 보통의 미국인도 사기를 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미국인이 윤리관을 바꾸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계약이 깨진 때문이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규칙을 깨는 사람이 상을 받을 때 사회계약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국의 일반 시민이 점점 더 냉소주의로 흐르는 데 대해 저자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처벌받기는커녕 거리를 활보하고, 부자들은 탈세를 일삼는 데도 무사하고, 기업은 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고, 아이비리그는 부자 부모를 둔 덕분에 편법으로 입학한 학생들로 넘쳐난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장에 나가는 사람은 근로계층 자녀들이다. 조세 감면이 있어도 보통 시민에게 돌아오는 몫은 땅콩 몇 알 정도에 불과하다.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된서리를 맞는 사람은 사다리의 맨 밑에 있는 근로자들”이라고 말한다.
이로 인해 미국 대중 사이엔 냉소주의가 점점 더 만연하게 되고, 그 같은 냉소주의는 사람들의 정직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2004년 1월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책은, 이미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내다보고 있다. 저자는 후기를 통해 “회계와 관련된 법과 기업 사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경영진이 합법을 가장해 투자자를 오도하고 속일 수 있는 허점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대규모 기업 스캔들이 또 터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2008-12-19 문화일보
(책 속에서 인상적인 말)
- 1970년대 후반들어 극단적 자본주의의 상징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미국인의 삶의 조건을 바꾸어 놓았다.
ü 자유방임주의 혁명에 힘입어 전에는 시장의 압력에서 자유로웠던 분야에서도 돈과 손익계산을 중시하게 되었다.
ü 미국인들 사이의 소득격차가 급증했다. 수익과 성과가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 되면서 공정성은 낡은 가치로 전락한 채 창 밖으로 내팽개쳐지고 있다.
ü 시장의 힘이 세진 결과 심판으로서 공정한 경기를 보증하는 규칙을 정해야 하는 정부의 능력이 급격히 쇠퇴했다. 1980,1990년대 민영화와 규제철폐라는 미명 아래 많은 분야에서 정부의 감독이 소홀해졌다.
ü 미국의 국민성이 바뀌었다. 개인주의와 자기 의존이 이기주의와 자기 몰두로 변모하고 경쟁이 사회현상이 되었다.
- 이런 변화가 더 많은 속임수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ü 새로운 압력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의 경제 환경에서 누구도 성공과 고용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
ü 승자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하려 들고 있다.
ü 유혹 때문이다.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지면서 속임수에 기대려는 유혹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ü 곳곳에 침투해 있는 부패 때문이다. 체계가 자신 같은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면서 규칙의 공정성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
- 요즘 미국 중산층은 불안과 냉소주의에 휩싸여 있다. 많은 사람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기대치 때문에 박탈감에 시달린다.
- 널리 유행하는 규칙보다 우리가 세운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경우 삶이 고달파진다. 다시 말해 영웅으로 살아야 한다. 영웅으로 사느니 속임수 문화에 편승하는 것이 훨씬 쉽다.
- 차 수리공의 기본급이 삭감되고 업무성과에 따라 매달 급여 액수를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점점 일을 다르게 처리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손볼 것이 한두 군데 더 있다고 설명한다.
- 회사의 주식가격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었고, 기업가들은 수익성을 높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을 태세였다. 과거에는 몇 년 단위로 착실하게 성과를 거두면 되었지만, 이제는 매년 분기마다 높은 수익을 올려야 했다.
- 시어스 수리공의 경우 속임수를 사용하지 않으면 임금이 삭감되고 실직할 수도 있었다. 변호사들은 시간을 부풀리지 않을 경우 공동대표가 되거나 특별수당을 배당받는 데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 과거에는 의대졸업생들의 처지가 지금과 매우 달랐다. 즉 열심히 일하면서 환자를 성심껏 돌보면 유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날 벌어 그날 먹기에 바쁘다. 젊은 의사 상당수가 빚에 허덕이며 평생 돈에 쪼들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의사들은 돈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면서 정직성과 경제적 안정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돈을 쫓을 것이다.
- 현재 미국의 상위 1%가 전체 가구의 부를 40% (1979년에는 2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의 원인은 과학기술 변화와 세계화가 꼽힌다.
- 실패에 따르는 대가가 클수록 심한 압력을 느낄수록 속임수의 유혹은 강해진다. 성공에 따르는 보상이 클수록 유혹은 강해진다. 상황인식이 이런 식일 경우 사람들은 정직성 따위는 쉽게 내팽개칠 것이다.
-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많은 사람이 세상을 비관하며 울분을 삼키고 있다.
- 지나친 소득 격차는 사회 전체에 걸쳐 계층 정체성의 커다란 불일치를 가져온다. 사람들은 대개 삶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주변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러한 불일치의 분화 효과는 클 수 밖에 없다.
- 1965년 기업 CEO의 수입은 일반 근로자 평균의 다섯 배였다. 많은 액수이긴 하지만 CEO 수입이 일반 근로자의 거의 300배에 달하는 오늘날에 비하면 이러한 격차는 아무 것도 아니다.
- 이웃과 거리를 두면서 경비원과 담장이 필요한 나라의 대책은 무엇일까? 사회계약이 부재한 상태에서 그 나라는 과연 사회계약을 이행할 수 있을까?
- 속임수의 증가와 관련해 세가지 변화가 특히 눈에 띈다. 첫째, 개인주의가 극심한 이기주의로 바뀌었다. 둘째, 돈이 사람보다 더 중요해졌다. 셋째,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진 반면 약자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줄어들었다.
- 경제적 목표가 다른 포부보다 최우선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풀장이 딸린 저택과 별장을꿈꾸는 사람은 점점 많아졌지만, 행복한 결혼이나 흥겨운 일터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다.
- 1960년대 후반에는 대학 신입생의 80%이상이 ‘의미 있는 삶의 철학을 개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꼽았다. 1987년에는 39%로 격감했다.
- 미국인은 성공한 사람에게는 반사적으로 관대하다. 승자는 아무리 죄를 지었어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신성불가침의 목표는 어떤 수단도 고결하게 신성화한다.
- 스킬링은 회사를 협조라고는 모르는 약삭빠른 개인주의자와 교활한 기업가로 채워놓았다. 몰락하기 지전 엔론의 기업 문화는 미국 기업을 통틀어 가장 야비했다. 웰치는 무자비한 등급 평가제도에 의한 성과주의에 대한 신념이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 규제철폐가 속출하면서 공공시설, 은행, 통신업, 항공업, 운수업 등 각종 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후퇴했다. 민영화 열풍이 불면서 더 많은 정부 기능이 부정행위를 막을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민간업체로 넘어갔다. 호황기에 정부규제가 뒷걸음친 데에는 정계로 돈이 흘러 들면서 양당 모두 깊이 썩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회계감사원의 역할은 사기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막는 것이다. 회계사의 행동강령은 ‘일반적 공인 회계 원칙’으로 알려진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에서의 생활은 고달프다. 공동대표들은 자신의 보너스 액수에 연연하고, 말단 회계사들은 혹시라도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회계감사원과 고객의 유착은 매우 미묘한 경우가 많다.
- 주식 분석가는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제도적인 장벽을 통해 탐욕스런 은행가의 손길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야 한다. 분석가들은 은행가에게 정보만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투자자를 유치한 대가로 보상도 받았다. 분석가들은 때로 수백만 투자자가 지켜보는 TV에 출연해 수수료를 건네 받은 기업의 주식 동향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 스톱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놔둔 감독기관의 무능함이었다. 최고 경영진은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수익보고서를 조작했다. 회계사들은 엉터리 보고서를 눈감아 주었고, 주식 분석가는 주식의 가치를 과장해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도했다.
- 국세청이 덜 부유한 납세자의 탈세 추적에 비중을ㄹ 두는 이유는 그들이 쉬운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미국인은 국세청을 상대로 길게 싸울 여력이 없다. 하지만 부유층 납세자들은 최고의 조세 변호사와 회계사의 지원 사격 속에서 국세청 수사관을 몇 년 동안 꼼짝 못하게 묶어놓는데 능통하다.
- 워싱턴에는 현재 국회의원 1명당 거의 40명의 로비스트가 배정되어 있다. 한적한 주도들 역시 말쑥하게 차려입은 기업 로비스트로 넘쳐나고 있다.
- 질서정연한 민주주의 사회가 유지되려면 사람들의 권리와 책임을 알게 모르게 규정하는사회계약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계약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사람들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규칙을 깨는 사람은 상을 받을 때 사회계약은 효력을 상실한다.
- 브라질처럼 부자와 나머지 사람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정의의 이중잣대가 계속 힘을 발휘할 경우, 점점 많은 사람이 오래전 브라질 사람들이 그랬듯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계약의 적법성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점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윤리와 원칙을 바꾸게 될 것이다.
- 약물, 섹스, 범죄에 거의 전적으로 초점을 맞춘 결과 이 분야에서의 청소년 행동은 개선되었다. 하지만 탐욕, 물질주의, 과도한 경쟁 같은 문제에는 어느 누구도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경제와 명품에 열광하는 사회에서 명문대 졸업장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 아직 규모가 작을 때인 1980년대에 MS는 하버드, 예일, 카네기멜론, MIT를 비롯한 상위15개 대학교 출신만 직원으로 채용했다. 나머지 대학 출신은 아무리 컴퓨터에 밝아도 MS에 들어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 잘나가는 컨설팅 회사는 고객에게 세계 초고의 두뇌를 자랑하는 인재와 와서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조직을 개선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 매킨지 경영진은 아이비리그 졸업생들로 회사를 채울 경우 이러한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오래 전부터 아이비리그 출신으로만 직원을 채용해왔다.
- 학교에서 속임수를 쓰는 젊은이들은 직장이나 사업, 세금 등과 관련한 다른 환경에서도 속임수를 사용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어째든 판돈이 엄청나게 크다. 하버드에 들어가느냐 러트거스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평생수백만 달러를 쉽게 만져볼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 수많은 엘리트 학교에서 그 부모에 이어 대대로 부유한 고객층을 이루는 학생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 대출계 직원이 돈을 빼돌렸다는 기사가 나가면 은행 신용에 이로울게 없다. 그래서 많은회사가 부정직한 직원을 해고하는 것으로 끝내고, 그 직원은 이 사실을 모르는 다른 회사에 고용된다.
n 속임수 문화에서 빠져나오기
캘러헌은 속임수는 결국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좁혀지지만, 이러한 선택은 문화·정치·경제의 영향력에 많이 좌우된다고 말한다. 정직하게 살기로 결심한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 속임수를 쓰게 되면서 자신의 행동을 너무나 쉽게 합리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캘러헌은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1. 새로운 사회계약 마련 : 속임수는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이 지배하는 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 원인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계약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규칙을 지키기만 하면 누구나 앞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하고,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하며, 우리 모두는 똑같은 ‘윤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저마다의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사회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2. 새로운 차원의 성과주의 확립 : 속임수 문화를 근절하려면 밖으로는 정부의 압력과 안으로는 내부 개선을 통해 기업과 전문직 업계를 개혁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 부문은 너무나 자주 부정직을 조장하는 편협한 성과주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가 윤리 지침을 정하고 내부적으로 감시해야 하며, 수익만으로 결과를 판단하는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
3. 윤리 교육 강조 및 강화 : 다음 세대가 좀 더 윤리적인 사회를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으려면, 오늘날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속임수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어릴 때부터 개인의 이익을 뛰어넘어 원칙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성 교육을 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속임수는 불평등과 경제적인 불안이 지배하는 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속임수는 정부가 부자들의 이익에 휘둘려 공명정대하게 정의를 실현할 의지가 부족한 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속임수는 돈과 성공이 왕이고, 승자는 매일 권력을 남용하더라도 무조건 대접받는 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속임수를 줄이려면 이러한 근본 원인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 모두 한 배에 타고 있다는 믿음을, 우리 모두 똑같은 ‘윤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저마다의 분야에서 결실을 거두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사회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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