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읽기

신경숙 / 엄마를 부탁해

felixwoo 2009. 6. 9. 09:56

내겐 엄마 얘기는 항상 슬프다. 엄마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어릴 때나 성장해서도 어머니가 아닌 엄마인 이유는 내겐 엄마가 항상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독자이자 막내였던 내게 엄마는 무조건적인 후원자였다. 맞던 틀리던 엄마는 항상 나를 두둔하셨다. 집안이 쓰러져 갈 때 가족을 위한 고단한 노동과 창피함을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지금도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신경숙씨의 소설 속의 어머니도 각자 처해진 상황만 다를 뿐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엄마의 얘기는 일반명사처럼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고 가슴을 저밀게 한다. 집안에 틀어박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신다. 가족들을 위해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고 끝없이 자식 잘 되기를 기원하신다. 당신 입이 가까움에도 제대로 된 음식은 가족 차지가 된다. 물론 아버지도 그러하나 나름대로 술, 담배, 친구, 직장 등의 여흥과 외적 활동이 병행한다. 집안에 갇혀 24시간 스킨쉽을 하는 어머니와는 비할 때가 못된다. 나도 아버지지만...

 

현대의 엄마는 어떨까?  예전과 같이 엄마라는 이름이 주는 막연한 애듯함은 덜한 듯 하다.  물론 세상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아들녀석은 엄마만 보면 키득거리고 장난을 한다. 내게는 말도 안하는 녀석이... 결국 형태만 바뀌었을 뿐인가?

 

사랑합니다. 엄마

 

어느날, 그 엄마를 잃어버린다. 나이 들고 몸도 성치 않은 엄마를. 서울 사는 자식들 편하라고 아버지 생신을 치르러 시골집에서 올라오던 길, 지하철 서울역에서 아버지 손을 놓친 찰나, 엄마는 꿈처럼 사라진다. 전단지를 돌리고 인터넷 광고를 하고 엄마를 보았다는 사람들을 찾아 온 식구가 사방을 헤매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가족들은 비로소 가장 낯익은 존재가 가장 소중한 것임을, 공기처럼 물처럼 대지처럼 자신과 함께 있어준 엄마의 무게를, 엄마의 빈 자리를 통해 확인한다.

 

엄마의 모든 소망과 꿈을 먹고 자란 큰아들, 친구처럼 의지하며 무람없던 큰딸, 자식 기르는 기쁨을 알게 해준 작은딸, 평생 살림의 책임을 떠안기며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 들이, 엄마의 부재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아프게 쏟아낸다. 이야기 속에서 식구들은 각자 자기만의 엄마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조금씩 낯설지만 진정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해간다. 하나의 사람으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꿈과 소망을 안고 웃고 울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생명을 낳고 힘을 다해 키워낸 사람,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다른 사랑을 마음으로만 품은 한 사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엄마는 끝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과연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했을까. 어딘가에서 엄마는 온전히 존재할까. 우리 가슴속에 잠자는 가장 깊은 사랑을 일깨우며 진짜 감동을 전해주는 귀한 소설. 오늘, 우리 엄마가 그리워진다!   - 이지영 (jylee721@yes24.com)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저 /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