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속리산 화양구곡

felixwoo 2015. 11. 4. 23:30

일주일 전 덕유산을 다녀 온 후 올해 단풍 구경을 포기했었다. 가뭄이 들어 단풍이 곱지 않고 볼품도 없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몇일 전 티비 뉴스에서 속리산 단풍이 절정이고 다음주까지는 간다고 한다. 다시 마음이 동했다. 

 

속리산 화양계곡은 계곡을 말하는 일반명사이고 화양구곡이 고유명사인 듯하다. 초입에 들어서니 인적도 없고 차량도 없다. 호젓하니 우선 마음에 들었다블록 포장된 널다란 보도가 계곡을 따라 끝까지 이어져 있다. 계곡은 넓고 하상은 크고 개성 있는 바위들이 채우고 있다. 암반 지반이 오랜 물줄기에 깎이여 S자 형태의 부드러운 유선형이거나 평평하고 널다란 평상 형태이거나 아니면 잘라져 나가 둥그스럼한 바위들이 되었다. 가뭄에도 물은 제법 흐르니 마음이 유쾌하다. 물은 데칼코마니처럼 단풍을 반영한다. 물에도 단풍이 들었다. 물이 없으면 산수절경이 아니다.

  

계곡 중에서 특출한 경관에 이름을 붙었다. 일경부터 구경까지. 기암이 가파르게 솟아나 있는 경관이 하늘을 떠받치듯 한다는 경천벽, 구름의 그림자가 맑게 비친다는 운영담, 송시열이 효종의 승하를 슬퍼하며 새벽마다 통곡하였다는 흰빛의 바위인 읍궁암, 맑고 깨끗한 물결 아래로 금싸라기 같은 모래가 흐른다는 금사담을 지나 바위의 모습이 층을 쌓은 것 같은 첨성대에는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였다는 의종의 어필이 바위 아래 새겨져 있다. 구름을 찌를 듯한 큰 바위의 능운대, 열길이나 된다는 너른 바위가 꿈틀거리는 용을 닮았다는 와룡암, 낙락장송이 모여 있는 언덕 아래로 백학이 모여들었다는 학소대다. 계곡의 끝을 장식하는 흰 바위는 티 없는 옥과 같다 하여 파천이라 불린다.

 

전반적으로 단풍을 이루는 활엽수 잎들이 활짝 피지 못하고 오그린 상태다. 빛깔도 제대로 발색하지 못하고 있다. 붉은색의 대표격인 단풍은 밝은 알리자린 크림슨이 아니고 어두운 적담색이다. 은행잎도 밝은 노란색이 아니라 어두운 옐로우 오커 빛을 띤다. . 아쉽다.

 

파천

 

 

 

 

경천벽

 

송시열 사당

 

첨성대

와룡암

물에 단풍이 들다

학소대

파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