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군산) 근대 역사유물

felixwoo 2015. 12. 9. 23:30

군산에 대해서는 고교야구 전성기 시절 황금사자기 대회인가 9회말 역전 우승의 신화를 썼던 군산상고 외에는 아는 게 없다.

 

군산세관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건물 내외부는 어릴 때 들어가봤던 관청 생각이 났다. 문과 문틀을 하늘색으로 칠했다. 근대 세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요즘 시기의 전시품은 압수된 물품들 (짝퉁, 보호생물로 만든 물품 등)이 흥미롭다.

 

공공시설물보다 일제강점기 적산 가옥들을 먼저 보기로 했다. 마침 출출해서 커피와 간식을 먹고자 이성당을 찾았다. 지도를 보니 현 위치 옆이다. 이리저리 가늠해 보고 길을 잡아 갔으나 보이질 않는다. 주민에게 물으니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한다. 되돌아 가서 우측으로 가란다.

 

 

군산세관

 

이성당

 

야채빵과 커피를 마시고 신흥동 히로쓰 가옥으로 갔다. 이정표를 따라 이곳 저곳을 뒤지고 물은 끝에 찾았다. 개인 집치고는 제법 크다. 일본풍의 정원 레이아웃이다향나무는 연륜을 말해주 듯 커다란 나무들이 되었다. 궁금한 내부는 보지 못하고 외형과 정원만을 볼 수 있다. 이곳을 찾아 헤매다 특이한 축대를 발견했다. 일본 구마모토 성에서 봤던 축대와 같은 축대다. 축대의 기울기가 포물선을 그리고 한치의 틈도 없이 돌을 정교하게 쌓는다. 마치 일본 투구를 연상시킨다. 구마모토 성은 우리나라 석공을 끌고와서 만들었다고 했다.

 

동국사는 일본식 불교사원이다. 일본 나라현 도다이지(동대사)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절 뒤도 우리 사찰과는 다르게 울창한 대나무 숲이다.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부처님은 같지만 부처님의 좌대나 지붕, 검은색 바탕에 윤곽을 금으로 그린 탱화, 석가래가 보이지 않는 평평한 천장 등 모든 것이 다르다. 마당에는 일본 정원 특징 중의 하나인 굵은 모래를 깐 곳을 조그맣게 만들어 놨다. 고요한 바다를 뜻한다고 들었다. 거기엔 무심한 사람들의 무수한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었다. 평온, 고요는 간 곳이 없다.


구마모토 성벽과 같은 축대

# 일본 구마모토 성 축대

히로쓰 가옥

 


 

동국사

# 일본 도다이지

 


 

오후 두시다식사 시간에는 긴 줄을 선다는 소문난 중국집으로 갔다. 걸으니 꽤 멀다. 늦은 점심시간 임에도 십여 명이 줄을 서 있다. 포기하고 택시를 집어 탔다. 구도심에서 먹을만한 곳을 물으니 한 한식집에 내려준다. 음식도 좋고 이층엔 모아둔 근대 유물들이 전시되어져 있다. 군산이 근대역사 도시임을 평범한 식당에서도 보여준다. 구도심을 다니다 보면 페점포가 의외로 많고 센스 있는 이들이 개점한 분위기 있는 신흥 점포도 많다. 몇몇 점포 (이성당, 중국식당 등)만 너무 잘 되고 대부분의 점포는 그렇지 않은 불균형이 극명하게 보인다.

 

군산 항쟁관은 항쟁의 장소가 아니라 항쟁의 역사를 전시해 놓은 곳이다. 고우당은 일본풍 게스트하우스다.

 

군산 항쟁관

고우당

 

도시 여기 저기에 남천이 많아 군산 상징목 같다

 

한식집 (한일옥) 이층

 

진포 해양테마공원,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을 둘러봤다. 철길마을은 이곳에서 2.5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도로변 건물 뒤에 있는 죽은 철로다. 어디가 하이라이트라 할 순 없고 뭐 딱이 아기자기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곳을 즐기는 젊은 연인들은 의외로 많다. 우리도 웃기는 퍼포먼스를 해봤다. 좌판이 벌어진 시장에서 열차가 지날 때면 순식간에 철로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의 철길마을 상상했던 아내는 실망했다.

군산항

진포해양테마공원

군산 근대 건축관 

항일투사 앞이라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냥 군상들이었다.


철길마을


택시기사에 의하면 구도심 평지에는 일본인들 거주지였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심 어귀나 산 비탈에 살았다고 아버님이 하시는 말을 들었단다. 일제 강점기에는 호남지역 쌀을 수탈하여 일본으로 가져 하는 항구로 유명했다 한다. 현대에 이르러 도시의 성장이 정체된 부작용으로 근대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듯 했다. 불리를 이용한 역발상이 좋다. 너무 전시 설명하려 하지 말고 근세 현장을 더 많이 발굴하고 꾸며서 역사의 교훈을 저절로 줄 수 있는 생생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점은 곳곳에 관광안내도가 붙어 있으나 안내도가 보기 어렵고 이해가 잘 안된다. 이정표를 따라가더라도 근처에서 목표물을 찾기 힘든다. 특히 현재 위치에서 동서남북 방향을 모르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랜드마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방향 표시 애드벌룬이라도 띄어 놓으면… 길을 물으면 시민들은 대단히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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