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순간 ‘오 마이 갓’. 암자가 아니라 콘크리트와 철판으로 높게 지어진 아파트형 사찰이다. 허장성세. 불경스럽게도 이런 단어 만이 떠오른다. 여기저기 과하게 불사를 해놨지만 비움이 없다. 자연을 최대한 살리는 전체적인 조경을 하면 좀 나아지려나. 비로전의 부처님이나 무량수전의 부처님이 다른 사찰과 별만 다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미리 인터넷 정보를 검색한 아내가 절은 볼 것 없지만 앞으로 펼쳐진 바다가 좋다고 한다. 비로전 법당에서 보는 바다는 탁 트였다. 멀리 두개의 작은 섬이 보이고 중간에 부상탑이 보인다. 지금은 썰물이라 뻘 멀리까지 갈 수 있다. 뻘 위에는 한 중생이 시주했다는 부도교가 있다. 부도교를 지나면 단단한 땅이 나오고 섬에 갈 수 있다. 섬 옆에는 물에 뜨는 부상탑이 있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 나는 깊은 불심을 이해 못하는 중생인가?
비로전에서 보이는 바다
안면암 원경
부상탑
섬의 단애는 독특해 볼 만하다. 거친 파도에 옆구리를 패였다. 한입 깨문 사과처럼. 단애 면은 다양하다. 화산암처럼 벌집 모양인 암석도 있고 마치 짤린 콘크리트처럼 몽돌이 빼곡히 박힌 암석도 보인다. 섬을 지나 바다 쪽으로 더 들어 갈 수 있도록 단단한 길이 나있다. 그 끝에는 중간에 이글루 모양을 엊은 무동력배들이 정박해 있다.
길 양 옆으로 조개 굴 껍질 덩어리로 경계를 지어놨다. 주위론 뻘이다. 미처 못나간 물들이 사행 수로를 따라 가쁘게 바다 쪽으로 달리고 있다. 뻘에는 우릴 피해 달아난 갈매기들이 발자국을 남겼다. 뻘에 난 수 많은 구멍은 생물들의 도피 구멍이리라. 보이는 것은 없어도 뻘은 살아 있다.
버린 눈을 씻으러 근처 예산 수덕사로 갔다. 덕숭산 수덕사. 온 기억은 나지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대학 다닐 때 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한 30여년 전인데. 청소와 정돈이 잘 되어진 비구니 사찰, 육여사가 다니던 절이라 들은 기억이 있다. 돌아보니 깔끔한 사찰임은 재확인하였지만 비구니 사찰, 육여사가 다니던 사찰이라는 말은 근거를 찾지 못했다.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 황화정루를 거쳐 대웅전에 이른다. 백제 양식의 고려시대 목조 건물이다. 무채색의 무심한 자태가 마음을 가라앉힌다. 치장하면 허하고 수수하면 무겁다. 알면서도 완벽하게 행하지 못하는 나도 중생 일 뿐이다.
수덕사 사대천왕
수덕사 대웅전 과 삼층석탑
내려오며 이응로 화백이 십여년 작품활동을 하던 수덕여관을 들렀다. 발코니가 있는 ㄷ 자 형태의 큰 초가집은 처음 본다. 여관이라 그런가? 오래 간만에 보는 볏집단이 반갑다. 그 아래로 연이어 수덕사 선 미술관이 있다. 스님들 선묵, 선서화 들이 전시돼 있었다.
수덕여관
수덕사 선 미술관
'FEEL > 국내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복궁 (0) | 2016.04.07 |
---|---|
(서천) 마량리 동백숲 + 장항 스카이워크 + 국립생태원 (0) | 2016.03.09 |
(전주) 한옥마을 + 전동성당 + 자만벽화마을 (0) | 2016.01.06 |
(군산) 근대 역사유물 (0) | 2015.12.09 |
속리산 화양구곡 (0) | 2015.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