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술관은 기흥에 있는 사설 미술관이다. 노신사가 반갑게 맞는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다. 김이환 관장이시다. 도슨트 직원이 세개 층에 전시된 전혁림 작품들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전혁림은 통영의 화가다. 바닷색을 코발트 블루로 표현한 통영의 항구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방색으로 그린 구상, 비구상은 피카소와 닮았다. 원색에 윤곽을 단순화 시킨 누드 시리즈는 마티즈와도 상통하는 듯하다. 70세 중반 이후에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다. 보기 드물게 큰 대작들이다. 몇 백호를 넘어 미술관 한 벽면을 채울 천호 작품 등 대형작품들이 많다. 통영항 소재로 한 구상, 색지함 등 토속적인 소재에 근거한 기하학적 면분할 작품, 천여개의 소반에 그린 만다라, 대형 도기작품, 고목재를 이용한 설치 작품 등 다양하다.
미술관 제공 사진들
신영숙박물관에 갔다. 거기에는 고가구, 고목기에 그려진 전혁림 작품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관장께서 아내 신영숙관장을 소개해 주셨다. 윗층 아트숍 탁자에 앉아 전혁림 작품을 수십하게 된 긴 인연과 에피소드들을 들었다. 처음에는 토속적인 소재와 강렬한 색채로 그린 굿시리즈로 유명한 박생광 화백이 남편의 고교선배라 교류가 있었고 그림 구매도 했다 한다. 그때부터 그림 컬렉션에 눈이 트이고 우연히 전혁림의 오방색 작품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전혁림은 70세 중반으로 몇 점 수집할 요령으로 시작한 일이 전 화백이 장수하는 바람에 20 여년간 꾸준히 주문하고 구매했다고 한다. 이태리 메디치가가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르네상스를 일으켰듯이 이들 부부가 만년의 전혁림에게 예술의 혼을 불러일으킨 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혁림의 대형 작품도 좋았지만 관장 부부 스토리가 재미있었고 그들의 안목과 재력이 부러웠다.
수도권에 있는 몇 안되는 잘 꾸며진 미술관임에도 한산하다. 사설 미술관, 박물관, 수목원 들은 타산을 맞추기 힘들다 한다. 공익사업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그래도 안타깝다.
전시회들은 작품 손상 우려 때문인지 지적재산권 인지 카메라 촬영을 금지한다. 대신에 포토 존을 마련해 대표작 카피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게 한다. SNS가 일상 언어가 되버린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주로 사진으로 여기저기에 올린다. SNS보다 경제적이고 파급 효과가 큰 홍보는 없을 것이다. 이곳 전시관과 박물관은 별도의 포토존이 없었다. 전시관 일층 시화전은 카피 작품들이라 촬영을 허용해도 될 것 같은데 그마저도 금지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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