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닮은 똑똑한 아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는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6년 간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
나은 정이냐 기른 정이냐? 신파조의 얘기지만 한 남자가가 시련 속에서 아버지가 되어 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남자는 아버지 길을 배운 적이 없지만 아버지가 된다. 가정을 안정시키고 가족들이 행복하도록 하며 아이들을 잘 길려야 한다는 통상적인 역할은 안다. 하지만 어려움에 빠졌을 때 구체적인 방법은 모른다. 삶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그는 삶이 만족스러웠다. 6년간 키운 아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얘길 듣고 첫마디가 ‘역시 그랬었구나’ 였다. 평소 아들의 재능이 기대에 못 미쳐도 자기 아들이기에 자기 탓이라 여겼다. 그것이 남의 탓이 된 것이다. 은연 중 친자에 기대감이 기웃거린 것이다. 이제껏 성공적으로 살아 온 방식이기도 했다.
사실을 안 순간부터 이미 마음은 굳었지만 아내와 상대 가족의 마음을 내가 원하는 쪽으로 오게 하기 위해 은밀하게 계획하고 추진한다. 기른 자식(케이타)과도 서서히 정을 떼기 시작하다. 케이타의 순진문구한 커다란 눈은 그를 흔든다. 하지만 냉정하게 아이들을 바꾸고 가족간 왕래를 단절한다.
료타는 친자를 급하게 케이타화 시키려 한다. 친자는 유복해진 생활에 만족하는 듯하지만 언제나 길러준 부모를 그리워 한다. 어느날 가출하여 길러준 시골 부모집으로 간다. 료타는 친자를 데려오면서 케이타를 보지 않는다. 케이타는 아버지가 자길 버렸다는 생각에 심한 상처를 받는다.
케이타의 친부모는 유복하진 못하지만 가족은 사랑으로 넘쳤다. 동네 전기상을 하는 아버지는 항상 케이타 곁에 있었다. 거기에 동생도 둘 있었다.
말은 안하지만 두 가족 모두에게 가슴에 구멍이 났다. 모든 사람들이 그 아픔을 토로할 때 료타만은 냉정했다. 이 어쩌구니 없는 상황이 빨리 끝나고 잊혀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자기의 잠든 모습을 케이타가 이리저리 찍었던 카메라 화면을 우연히 보며 깨닫는다. 자기가 엄청난 잘못을 했다는 걸. 끊을 수 없는 걸 끊으려 했다. 지울 수 없는 걸 지우려 했다. 그 길로 케이타에게 간다. 하지만 케이타는 미움에 도망간다. 료타는 따라가며 용서를 구한다.
친자에게만 아버지가 아니라 양자에게도 아버지란 사실. 그리고 친자 만이 아니라 양자도 자식이란 사실.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 간다.
민족 정서상 일본을 꺼리지만 일본 영화는 가끔 본다. 주로 서정적인 영화다. 서정성은 우리 영화보다 깔끔하고 과장이 없다. 마치 일식처럼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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