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해외 여행

(일본) 나오시마

felixwoo 2024. 1. 3. 11:22

다카마쓰항에서 버스를 타고 승선하여 페리로 한시간가량 간다.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라 불리듯 미술관과 야외 설치 작품이 도처에 있다. 우선 항구에서 가장 먼 지중미술관까지 차로 올라가 도보로 내려가며 감상을 시작했다. 

 

지추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지하에 설계하면서 헤매는 공간이 될거라고 했다는데 내부 구조가 복잡하다. 거기에 안내판도 드물어 대오를 이탈하면 우왕좌왕하기 딱 좋다.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세 사람의 작품들만이 전시되어 있고 열 명 안쪽으로 그룹핑해서 입장시킨다.

 

모네의 수련관에는 모네의 말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대형 수련 작품이 있다. 모네가 말기에 백내장을 앓아 희미하게 보인 탓인지 사물들이 선명하지 않고 뭉갠 듯하지만, 살아보니 세계가 그렇게 선명하지 않더라는 소회일 수도 있겠다.

 

제임스 터렐은 공간속에 빛을 요묘하게 변화시키거나 시간이 자연의 빛을 변화시키는 몽한적인 환상을 유도한다. 시간에 따라 있는 듯 없는 듯한 빛의 변화는 알 수 없는 심연의 우주 공간을 연상시킨다. 문득 드레이크가 부른 한 음악 비디오의 유사한 배경도 여기서 따온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터 드 마리아와 제임스 터렐의 설치 작품들은 애초부터 미술관 설계에 반영하여 건축된 느낌이다. 모네관와 터렐관은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도록 했다. 소음과 먼지를 내지 않고 경건하게 보도록 하는 의향인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오버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시작품 사진을 금지하여 지추미술관 웹에서 받았다.

 

 

이우환 작품은 서울 시립 미술관이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에도 설치되어 있다. 그는 돌과 강재의 조응 상태를 즐겨 다룬다.  한 개의 점이나 몇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회화는 너무 쉽게 그린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선과 잘 어울린다. 미술관 입구를 높다란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좁다랗게 한 건축물도 안다오 다다오 구상이라 한다. 무심코 입구를 쫓아 감상하다 갑자기 인사하는 매표소 직원과 눈이 마주쳐 멋쩍었다. 

 

 

밸리미술관은 온통 스테인레스 구슬들이 지배하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땡땡이 무늬가 입체적 형태로 나타나면 구슬이 될 듯하다. 'Narcissus Garden' 이라 명명된 작품들을 보며,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자기애에 빠졌던 나르키소스의 심상을 구슬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베네세 미술관은 회화, 조각, 설치 작품이 같이 전시되어 있는 멋진 복합 공간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멕시코 시절 작품들이 로비 중심에 있고 그 뒤로  빛 바랜 사진을 그리는 중국 작가 장 샤오강의 작품도 있다.  건물의 공간 구성도 다양하고 재미있다.

 

작품 감상을 하던 중 아내가 선글라스를 잃어버렸지만 입구 안내 데스크에서 찾았다. 습득하여 이곳에 맡긴 분께 감사한다.

 

 

기존 마을의 빈집을 개조하여 예술 작품화 한것이 '이에 프로젝트 (Art House Project)' 다. 6 채를 감상할 수 있는 통합권으로 보물 찾기하듯 마을의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다. 보통은 가정 집이었으나 어떤 곳은 소금 창고, 치과, 신사를 개조하여 작품화 했다. 시간상 신사와 한 곳은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으나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다.

 

 

해변에서는 노란 호박이었지만 항구에는 빨간 호박이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작품으로 안으로 들어 갈 수도 있다. 같은 황혼이라도 호박 안에서 보는 동그란 황혼은 감흥이 달랐다.

 

오늘도 해는 지고 며칠 지나면 올해도 진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월은 이렇게 흐른다. 

 

 

다까마쓰 시내 '사이제리아'란 이탈리안 경양식 체인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성인 세사람이 다섯가지 요리와 음료를 주문해서 충분히 먹었는데 2,200엔 (약 2만원)이다. 요사이 너무 올라버린 우리나라 음식 값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다녀 온 날 : 202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