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은 작은 계림으로 불리울 정도로 수려한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에 강이 흘려, 주머니 가벼운 외국 젊은이들이 장기간 머물며 즐기는 액티비티 천국이라 한다. 짚라인, 롱테일 보트, 카약, 수영, 버기카, 행글라이더, 열기구 등 수영복 차림의 청춘들이 트럭을 개조한 트럭(썽태우)에 타고 이곳 저곳을 떠들석하게 누비는 모습이 가끔 눈에 띤다. 물놀이를 하다가 젖은 채로 이동하면서 말리기 위해 고안한 이동 수단이라 하지만 비포장이 많아 먼지가 가득한 거리를 다니는 것은 고역이다.
점심후 가이드가 자신만의 안식처라며 한 카페를 데리고 갔다. 평범한 카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발코니 뷰는 그의 말대로 훌륭했다. 수려한 산들이 한눈에 보이고 아래로는 조그마한 내가 흐르고 야자수 나무 그늘사이로 전통 가옥들이 한가롭게 있는 라오스다운 풍경이 보인다.
롱테일 보트는 길쭉하게 생긴 배로 꼬리에 모터와 연결된 긴 막대 끝에 스크류로 달려있다. 예전 태국 팡아만에서 탔던 보트와 유사하지만 폭과 길이가 작다. 방비엥을 가로 지르는 쏭강은 맑고 깊지도 않으면서 천천히 흐른다. 모터를 단 보트만이 속도를 내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강 주변에는 아직 때 타지않은 자연과 멀리 병풍처럼 둘러싼 산들이 보인다.
저녁 식사후 풍등을 띄웠다. 각자의 소원을 담은 풍등은 라오스 밤 하늘을 끝없이 날아 별이 되었다.
오늘은 액티비티 날이다. 열대 우림 속을 거미줄처럼 설치되어 있는 6개의 짚라인을 탄다. 삼중 안전 장치를 보고 두 줄에 의지해 긴장을 푸니 처음 타는 짚라인이지만 무섭다기보다는 편안하다.
이동하며 탐쌍동굴(코끼리 동굴)을 지난다. 작은 석회암 동굴이지만 진행이 끝났는지 물에 젖은 석순이나 종유석은 보이지 않는다.
카약은 노를 저어야 한다. 서툴게 노를 저어보지만 올라가는 노에서 물이 떨어져 옷이 젖고 사진도 찍기 힘들다. 선미에 노를 젖는 뱃사공이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카약은 간다. 어제 탄 롱테일 보트와는 다르게 물이 흘려가는 방향으로만 간다. 모터 소음이 없으니 노 젖는 소리와 뱃전에 부딪치는 물의 철석임만이 조용하고 한가롭다.
버기카는 경량형 오프로드 차라는데 처음 타본다. 악셀레이터에 반응하는 엔진의 굉음이 역설적으로 속시원하다. 도시에서는 굉음의 피해자로만 있었는데 그들이 기분이 이럴까? 그대로 노출된 탓에 부딪치는 바람과 먼지가 온 몸을 긴장시킨다. 선행 리드차를 쫓기위해 정신없이 달린다. 뿌연 보안경을 통해 내리 꽂히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아내가 찍은 내 모습이 가관이다. 그래도 기분은 후련하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이 블루라군2 다. 에머랄드 빛깔의 물이 담긴 천연 석호다. 규모도 크지 않고 사람도 많지 않아 물놀이하기엔 좋지만 물이 너무 차서 들어 갈 수 없다. 라오스는 12월부터 건기라서 여행하기 최적이지만 조석으로 기온이 십여도로 내려가 서늘하고 한낮에도 삼십도가 채 안된다. 후덥찌근한 고온 우기에 시달린 이곳 사람들에겐 쾌적하며 좋은 날씨겠지만 물놀이를 기대한 관광객들에겐 적당하지 않은 듯하다.
다시 버기카로 잘 알려진 블루라군1로 이동한다. 블루라군2보다 더 크지않은 석호임에도 관광객은 넘쳐 났고 밀집된 식당에서 풍기는 조리 냄새가 진동을 한다. 우리 티비 재능 프로그램에 방영된 소문난 명소라더니 믿기지 않았다. 뭔가 더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둘러봤지만 그게 다였다.
저녁을 마치고 호텔에 데려다 주며 가이드가 크리스마스 이브라며 가족과 즐기시라고 조그마한 케익과 과일을 건넨다. 이국에서 받는 깜작 선물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에 우리나라 가이드와 현지 가이드만이 있는 가족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중국어를 전공한 한국인 가이드는 항상 진지하고 생각이 바른 중년 남성이었고, 현지 가이드도 중국어를 전공한 20대 여성이었다. 가이드 끼리는 중국어로 소통하고 필요에 따라 각각 한국어, 라오스어로 통역하며 진행했다.
방비엥은 작은 마을이라 어디에 묵던 수려한 산과 하늘이 보일 듯하다. 호텔 창으로 아침과 오후에 열기구가 보인다. 가끔은 모터를 단 행글라이더가 편대를 이루어 날아가기도 한다. 아침 식사후 올라간 호텔 옥상에서 상상했던 라오스 풍경이 보인다. 안개가 내려앉은 평원에 넓은 전답이 펼쳐진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가보려 했지만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다녀 온 날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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