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는 아내가 좋아하는 조각가다. 전에 본 그의 대표적 작품들은 묵직하고 안정감이 있는 상반신 흉상이 대부분이었다. 편안함이란 단어의 어감을 삼차원으로 표현했다고 할까. 본 전시회엔 작가가 일구어온 그의 예술 세계가 응축되어 있다. 학창 시절의 실험적인 작품,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그와 인연이 있던 여성들, 불교 색채가 짙은 작품들 그리고 내면을 끌어내는 자소상까지. 하나같이 이해하는데 어렵지도 않고 이상한 것도 없다.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그의 작품들이 좋다. 남서울미술관은 중구 회현동에 있던 대한제국 시대에 지어진 벨기에 영사관으로 유서 깊은 건물이다. 목재로 짜집기하여 멋을 낸 바닥, 그리스식 조각 기둥, 조명이 달린 천장 몰딩 장식 그리고 삐꺼덕거리는 목재 계단을 오르며 느끼는 옛 향취는 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