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가 마당에 핀 식물을 가지고 마당비를 만드신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형태로 봤을 때 뎁싸리 아닌가 여겨진다. 처음부터 타원형으로 둥글둥글한 귀여운 모습으로 큰다. 다 자라 빵빵해지고 녹색이 울긋불긋하게 변하면 오랫만에 화려한 치장을 한 맏며느리 자태다. 임진강변에 크게 터를 잡아 뎁싸리를 심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몽실몽실한 뎁싸리 군락은 마치 푹신푹신한 매트리스 느낌을 준다. 지금은 녹색으로 단순하지만 대신 눈이 시원하다. 군데 군데 심어 논 황화코스모스 꽃의 황금색 화려함이 뎁싸리의 녹색과 보색을 이루어 더욱 빛난다. 호루고루는 고구려 성으로 나당연합군에 맞섰지만 함락되었다. 남아있는 동벽에는 적의 옆구리를 기습하기 위한 통로가 기하학적으로 배치되었다. 성 안에서 보면 전망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