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쏘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명태' 가곡을 처음 접한 건 고교시절 소풍 가서다. 그때는 소풍가면 으레 여흥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세무사를 하는 한 친구가 느닷없이 나가더니 이 노래를 불렀다. 가사도 파격이었지만 그 친구의 빽빽 외치는 고함에 가까운 노래와 우스꽝스런 제스처에 좌중은 배꼽을 잡았다. 우리 가곡 중에 그런 노래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성악가 오현명씨가 부르는걸 들은 건 한참 후였다. 묵직한 바리톤에 특이한 선율, 해학적인 가사는 우리나라의 토속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곡이다. 오현명씨가 명태를 처음 불렀고 명태하면 오현명이 되었다 한다. 그 오현명씨가 그제 타계했다. 아직도 그 노래를 들으면 내 친구가 부르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혀 흔하디 흔했던 국민 생선 명태가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잡히지 않는단다. 우리가 먹고 있는 명태는 베링해협에서 잡은 러시아 산이다.
반갑다. 명태야
'FEEL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의 불행이 반드시 나의 행복은 아니다. (0) | 2009.12.14 |
---|---|
세잎 클로버는 행복이다. (0) | 2009.11.09 |
석사 경비라.. (0) | 2009.06.24 |
내가 나비인지 인간인지? (0) | 2009.05.29 |
꾸겨 넣은 지식들, 거짓 지식들 (0) | 2009.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