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해외 여행

(중국) 상하이, 항저우 그리고 황산

felixwoo 2009. 7. 30. 12:07

임시정부. 이번 여행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일제시대에 조국을 수복코자 애국지사들이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웠다. 양 옆으로 주택들이 밀집되어 붙어있는 초라한 3층 벽돌 주택이었다. 그 당시의 김구 선생 집무실 및 회의실, 숙소들이 층별로 원룸식으로 되어있다. 비록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정부청사지만 불타는 애국심은 장대하였으리라. 해외에 놀러가며 근엄하고 우리에게나 의미 있는 역사물을 찾아 간다는 자체가 생뚱했지만 당초 생각보다는 의미 있었다.

 

임시정부 청사

 

신천지 뒷골목

 

신천지. 임시정부에서 걸어서 가까운 곳에 있다. 유럽풍의 이국적인 바, 카페, 고급식당, 기념품가게 등이 즐비하다. 외국인들이 많다. 인사동처럼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골목도 많다. 거기엔 멋지고 꽤 분위기 있게 디스플레이를 한 가게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상해서커스. 뭐 별로다. 가이드가 촬영금지라 해서 카메라를 애초 소지하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자유롭게 촬영한다. 재미도 없고 기억을 잡을 사진도 없으니 남는 게 없다.

 

 

주가각 방생교 위에서

 

주가각. 상하이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수향으로 ‘상행의 베니스’라 불린다 한다. 입구에는 명청시대 북대가가 조성한 거대한 저택이 있었고 가족들을 위한 집들과 가구 그리고 정원이 오밀조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져 있다. 배를 탄다. 노를 젓는 배다. 동력장치 없는 배로 모처럼 유유자적 조용하게 물을 탄다. 느리니 역설적으로 평안하다. 느리게 사는 삶이 이런 것이리라.

 

이곳은 기후가 습하고 흐린 날이 많다 한다. 빨래를 집안 보다는 밖에서 말리는 게 잘 마르는 탓에 기다란 나무에 국기 걸 듯 빨래를 고정시키고 밖에 건다.

 

 

 

항저우 전경

 

성황각

 

성황각. 오나라의 왕 손권이 이 산에 진을 쳤다하여 오산으로 이름 붙여진 산에 있다. 성황각은 높이 40.6 미터의 5층 누각으로 서호, 황산에서 기원하여 흐르는 전단강, 항정우 도시 전경들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항저우는 예전부터 물이 풍부하고 땅이 기름져서 농산물이 풍부한 지역이란다. 전쟁이 일어나면 항저우를 먼저 차지하는 편이 승자가 되었다 한다. 항저우는 생각보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큰 도시였다.

 

 

황산 서해대협곡

 

 

황산. 비는 아침에도 세차게 내리고 있다. 이미 짜여진 여행일정상 우비를 입고 강행이다. 태평 케이블카를 타고 3천 미터 정상 부근까지 오른다. 케이블카는 삼사십명이 타는 대형 케이블카다. 목소리가 큰 중국 사람이 안중무인 격으로 떠들어대는 소리에 정신이 다 없다. 김 서린 유리창 사이로 운무와 꾸준히 오는 비 탓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스쳐가는 가까운 나무, 떨어지는 물줄기만 보인다. 도착하니 황산의 백미인 서해대협곡이란다. 날씨 탓에 보이는 것은 없고 길도 일부는 통행제한이다. 이미 신발은 물로 가득 차 철퍼덕 거리고 긴바지도 삼분의 이는 젖었다. 그래도 전진한다. 등산로는 대부분 계단이다. 돌 계단임에도 생각보다는 미끄럽지 않다. 오르막 계단을 하염없이 오르자니 힘들고 숨이 차다. 그래도 일행들은 낙오 없이 잘도 간다.

 

비래석

 

구름 위에서 손오공이 먹다 버린 복숭아 조각이 바위가 되었다는 비래석이다. 어느 곳이든 신성한 바위엔 이야기나 미신이 있다. 한번 만지면 뭐가 되고 두번 만지면 뭐가 되고 식이다. 나와 처는 재운, 관운에 좋다 하여 3번을 만졌고 아들은 5번을 만졌단다. 5번 만지면 재운, 관운에 사랑과 아들을 얻는다고 한다. 하기야 아들에게나 필요하지 처와 내가 만지면 바람 필 일밖에 더 되는가…  광명정을 거쳐 운곡 케이블카로 하산한다. 운곡 케이블카는 8인승 정도되니 아늑하고 조용해서 좋다.

 

 

3시간여를 극기훈련 하듯 걸어 다녔지만 본 게 없다. 아니 보이는 게 없다. 이곳은 여름철에 비 오는 날이 더 많다 한다. 제대로 보려면 봄, 가을에 와야 확률이 높다 한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모객하는 여행사들이 한심하다. 제대로 보지 못할 확률이 높은 여름에는 관광모집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참 거시기하다. 황산 등반시 우산을 못쓰고 우비만 입어여 한다는 가이드 말에 따랐다. 하나 비 오는 탓에 우산이 없으니 사진 촬영을 할 수가 없다. 주위를 보니 우산을 자유롭게 가지고 다닌다. 날씨도 짓궂은 데다가 가이드 말이 오히려 방해만 되었다.   

 

비취계곡

 

비취계곡. 계곡길이는 약 6 km 정도다. 계곡에는 크고 작은 채지(색채가 아름다운 연못)가 수백개 있다. 그 중 화경지는 영화 화호장룡의 촬영장이기도 하다. 변발의 주윤발이 화경지 주변의 대나무를 타면서 검투를 벌이는 장면이 생각난다. 황산의 기후 조건이 대나무에 맞는지 인근 지역엔 온통 대나무 밭이다.

 

명청대 옛거리. 명청시기의 거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황산시에 있다. 우리의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곳이다. 찻집, 기념품집, 문방사우집 등이 즐비하다.

 

명청대 옛거리

 

송성가무쇼

 

가마 타기

 

테마파크내 연못

 

송성가무쇼. 항저우의 유구한 역사문화를 테마로 해서 300여명의 인원이 벌이는 대형 쇼다. 화려한 의상 과 무대, 첨단기기를 활용한 역동적인 변화무쌍한 무대, 창의적이고 구성, 빠른 진행으로 볼만하다. 극장은 볼거리, 유희거리, 먹거리로 구성된 테마파크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중 고적대가 앞에서 풍악을 울리고 가마를 태우고 신나게 한바퀴 도는 유료 가마가 재미있게 보인다.

 

서호. 항저우 시내 서쪽에 위치한 호수다. 면적은 6.78 km2 로 무척 넓다. 삼면이 산이고 한 면만 항저우와 접했다 한다. 호수 주변은 넓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듯 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다른 선착장에 내린다. 베이징에 이화원이 연상된다. 하나 유적과 역사가 있는 이화원이 더 낫다.

 

 

외탄 야경. 금융거리로 불려지는 외탄은 상하이의 상징적인 거리이다. 넓고 광활한 황포강을 마주 보고 있다. 황포강 유람선을 타면서 보는 외탄의 야경은 아름답다. 그 화려한 야경 사이로 상하이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타워의 수시로 바뀌는 화려하고 현란한 조명, 백여 층으로 상하이 최고 층 빌딩의 은하수 조명, 왕관을 쓴 건물 지붕 조명, 미국 크라이슬러 모양의 건물 꼭대기 조명,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이용하여 2010 상하이 엑스포를 홍보하는 건물 조명, 그리고 단순하지만 건물 꼭대기에 ‘MIRAE ASSET’이라 쓴 상호 네온사인도 두렷하게 보인다. 야경은 청소부들이 건물 청소를 마치는 10시부터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한다 한다. 유람선이 반환점을 돌아 귀환할 무렵 근대 건물 군 중 한 건물 상부에 붙어있는 시계에서 10시를 알리는 타종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근처의 왕관모양을 한 건물의 옥상조명이 꺼졌다. 그렇게 하나 둘씩 조명이 꺼지며 이번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일행이 12명으로 중국여행치곤 단출하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여행 부담이 가볍다 보니 대체로 아이들이 많다. 말이 옵션이지 거의 정규 프로그램 성격인 선택관광에 전신 마사지가 있었다. 옵션 성격에 맞지 않는 초등학생이 포함된 애들과 같은 방에서 마사지를 받으려니 웃는 소리에 소란스럽고 신경이 쓰여져 릴랙스가 안된다. 여행, 식사 중에도 양보와 배려에 없으니 일행에서 느끼는 부가적인 재미가 없다. 이젠 프로그램 선택 시 예상되는 일행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달라진 중국. 상하이-항저우-황산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중국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 중에 속한다 한다. 도시간 고속도로가 잘 연결되어 있었고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적어도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주변 건물들은 유럽풍이고 모두 아름답고 깨끗했다. 우리보다는 훨씬 낫게 보였다. 승용차들도 적절하게 넘치는데 외산 반 자국산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보다는 다양하고 좋아 보였다. 하나 하드웨어는 있어도 아직 소프트웨어는 아니다. 악 쓰듯 불러대는 목소리, 특유의 높은 톤의 대화 소리, 툭툭 치며 거니는 행보 등 세계인들을 상대로 배려하는 생각이 아직 인식되지 못했다. 그럴 사하게 보이는 건물도 안 치장은 어딘지 모자라고 유치해 보인다. 아직도 허풍은 여전하다. 하나 잠재력은 강력하고 무한해 보인다.

 

의무 쇼핑. 패키지 여행의 최대 단점은 미리 약속된 쇼핑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도 5군데가 의무 사항이다. 한의원, 라텍스, 상황버섯, 보석, 농수산물이었다. 물론 쇼핑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하나 패키지의 의무 쇼핑은 고객편이 아니라 주최측의 잇속에 따라 기획된 것으로 고객의 귀중한 여행시간을 낭비하고 스트레스를 준다. 의무 쇼핑과 싼 식단으로 요기를 하는 저가 패키지 경쟁은 지양할 때도 된 것 같다.  

 

아들녀석은 이번 여행이 감흥이 없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중국여행을 여러번 했고, 비로 인해 하이라이트인 황산의 절경을 느끼지 못한 탓도 있으리라. 선글라스, 모자, 선크림이 짐만 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