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진리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일생에 꼭 한 번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작품이 싯다르타다. 그는 이책 저술 전에 일년 반동안 인도를 여행 했다 한다. 싯다르타의 실제 생애와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지만 대부분이 다르다.
싯다르타는 인도 소국 (지금은 네팔지역)의 왕자로 태어나 결혼을 하고 아들을 하나 둔다. 성밖을 나다니면서 백성들의 삶 속에서 생로병사를 알게 된다. 그리곤 이러한 세상의 고통을 벗어나는 길을 찾고자 출가한다. 태산 같은 고통과 포기하지 않는 인내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게 된다.
헤세의 싯다르타는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나 '참된 자아(아트만)'을 찾으려 구도의 길을 걷고자 친구와 출가한다. 수행자 무리에 어울려 몇 년간 수행을 하였고 부처라고 하는 스님에게서 설법도 듣는다. 진리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는 홀로 개인 구도를 한다. 거상 밑에서 상인이 되어 돈을 많이 벌기도 하고, 유명한 기생과 애정행각에 몰입하기도 한다. 문득 떠날 때를 깨달고 도시를 떠나 강가로 간다. 강가에는 강이 하는 얘기를 듣는 뱃사공이 있었다. 그와 생활하며 싯다르타도 강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과거 사랑했던 기생이 구도의 길을 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싯다르타의 아들을 남긴 채. 아들과의 생활은 좌불안석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도망간 아들을 찾아 헤매면서 그는 삶의 윤회를 생각한다. 자신이 어릴 적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출가를 했듯이 아들도 자기의 뜻에 반하여 떠나버렸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부처님의 실 생애를 쪼각내어 순서를 뒤죽박죽해서 재구성했다. 또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독특한 세계관으로 싯다르타의 내면의 흐름을 쫓는다. 헤르만 헤세가 재창조한 싯다르타이다.
싯다르타는 강에서 물을 보며 물의 미래와 과거를 보게 된다. 물은 흘러 내를 이루고 하천이 되고 강과 합치어 바다를 만난다. 바닷물은 증발되어 구름을 만들고 구름은 비가 되어 물방울로 땅에 떨어진다. 물방울은 모여서 흐르기 시작한다. 현재의 강물은 바다에 이르겠지만, 이미 그 물은 수증기도 되었었고, 구름도 되어 물방울로 땅에 떨어졌던 것이다. 지금의 물방울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있는 완벽한 합일체이다.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다 완벽하다라는 진리를 깨달는다.헤르만 헤세는 합일체 사상을 말한다. 백과 흑, 선과 악, 지식과 쾌락, 음과 양 극단적 양면성으로 대립되는 두개가 조화와 통일을 이루어 그것을 초월하는 합일체가 탄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데미안, 골드문드와 나르치스 등도 그랬다.
요즘 선승이 없는 이유는 춥고 배고픈 시절이 아니라서 절실함이 많이 없어져서 그렇다는 얘기를 얼마 전 들었다. 50년 전 보다 우리의 살림살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향상되었으나 거꾸로 우울증은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절실함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은 게 지금의 삶인 듯하다.
'FEEL >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덕철학의 기초 / 제임스 레이첼즈 저 / 노혜련 역 (0) | 2011.04.15 |
---|---|
솔제니친 /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0) | 2011.04.07 |
나는 걷는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 저 / 임수현 역 (0) | 2011.02.24 |
할레드 호세이니 / 연을 쫓는 아이 (0) | 2011.02.06 |
떠나든, 머물든 (2008) / 베르나르 올리비에 저 / 임수현 역 (0) | 2011.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