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행위

(발레) 신 도미부인

felixwoo 2017. 7. 29. 23:30

발레를 본 적이 없다. 공연일이 다가 오자 기대에 못 미칠까 은근히 우려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볼 만 했다.

 

백제 개루왕 시대 백성인 도미와 도미 부인의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한다. 절대 권력인 왕의 유혹과 횡포에도 굴하지 않고 정조를 지키는 도미부인의 얘기가 숭고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안타깝게 느껴진다. 여인에게 정절을 강요하는 남자 사회를 위한 은근한 세뇌 설화다. 겁탈하려는 왕에게 여종을 자기처럼 몸치장하여 대신 하게 했다는 대목에선 아연하다. 시민 인구의 세배에 달하는 노예가 있었던 그리스 시대를 민주사회의 이상향으로 보는 모순과도 같다.

 

열명 내 공연자가 출연하는 한 시간 정도의 창작 현대 발레 (contemporary ballet). 춤 동작이 영화에서 보았던 고전발레와는 달렸다. 춤의 주 동작은 여인들의 머리 빗는 모습이다. 여인은 항상 정결하고 단정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남자가 만들어 놓은 굴레다. 몸부림치고 벗어나고 싶어도 남자들에 의해 막히고 끌려 나오는 숙명을 춤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단정하게 머리를 빗는다.

 

사실 발레 내용은 설화를 직설적으로 푼 것은 아니다. 과거 남자의 상투와 도포자락에 감춰진 여인들의 일방적 정조 문화 그리고 모순된 성적 유희를 춤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항상 단정하게 머리를 빗으며 빠진 머리카락을 보석함에 담는다. 그 보석함은 여성의 단정함의 상징이요 남자들에게 바치는 순결의 선물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질곡을 잊고자 흐트러기도 하지만 남성들이 관장하는 무대를 정작 떠나지는 못한다.

 

우리 무용은 의상 속에 신체를 감추지만 서양 발레는 그대로 드러난다. 신체 곡선의 아름다움과 신체 동작의 우아함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간결한 조명 효과와 장면마다 적절한 음악을 인용했다지나치게 단조롭고 육중한 일렉트릭  저음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부담되긴 했지만 쇼팽의 녹턴 E장조 피아노 선율에 맞춘 춤은 애절함과 숙명적인 운명의 굴레를 잘 받쳐준다.


예술감독이 초반에 나와 해설을 한다. 춤의 모티브와 그가 갖는 의미를 이야기 한다. 도움이 되었다. 근데 뜬금없이 조선시대 여인들의 억압된 정조 문화를 얘기한다. 공연 중간에도 조선시대 여인들의 흑백영상이 배경으로 비춰진다. 백제 설화라고 하고는 갑자기 시대를 건너뛰어 조선시대 여인 얘기라니? 혼란스럽고 생뚱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