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국내 여행

(정선) 민둥산

felixwoo 2017. 10. 18. 23:30

우리나라 60 연대엔 민둥산이 많았다민둥산은 그렇게 보통명사였다.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이라는 교향시도 있다황량한 산이 좀 더 나은 번역이라는 이도 있지만 어째든 민둥산은 벌거숭이 산이다.

 

오케이 주차장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초반부터 가파르다. 거친 숨이 근 삼십여 분 이어진다. 아직 이른지 단풍이 물들지 않았다. 민둥산은 정상 부근만 민둥산이다. 산나물를 캐려 매년 불을 질러 그렇게 되었단다. 그런 농사가 중단되고 그곳에 억새들이 터를 잡았다. 가을에는 황량한 벌거숭이 산에 억새가 물결친다억새 몸통은 엘로우 오커로 바뀌고 있고 상단에는 보드러운 은빛 털 뭉치가 하늘거린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보다는 오르며 보는 조망이 더욱 멋있다.

 






정상 우체통


의외로 민둥산의 아름다움은 정상 너머에 있었다. 발구덕. 물 없는 호수처럼 움푹 들어간 지형들이다. 석회석 지역에서 나타난단다. 왕릉 무덤이 위로 볼록 솟아 있다면 발구덕은 아래로 들어간 형태다. 발구덕이 주변 지형을 리듬미컬 하게 만들었다. 땅은 억새와 낮은 풀로 덮혀져 있다.

 

오늘은 흐리고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진다바람도 약간 세다.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여보지만 춥고 손도 곱다. 붐비는 정상을 지나 하산한다. 내려다 보는 전망이 좋다. 은빛 누런 억새들이 근경으로 보이고 원경으로 단풍이 시작된 초록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발구덕



하산 길



 

억새축제기간임에도 평일에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특히 오케이주차장 코스로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하부 등산길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이정표가 거의 없었다. 간 길을 기억한 탓에 어려움은 없었지만